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다.
최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가상화폐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암호화폐 앱 월 사용자(MAU)는 312만3206명으로 지난해 10월(107만8762명)보다 1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30 비중은 52.7%에서 59%까지 확대됐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투자 성공담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삼성그룹 게시판에는 한 삼성전자 직원이 비트코인 투자로 수백억 원대 시세 차익을 거두고 퇴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지난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한 직원이 퇴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암호화폐에 2억 원을 투자해 400억 원(650억 원이라는 소문도 있다)이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신한카드에 다니던 직원이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었던 신한카드 직원은 암호화폐 투자로 크게 성공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투자금 2억3000만 원으로 1년 만에 30억 원대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K 씨 역시 주변에서 암호화폐로 돈 좀 만졌다는 ‘코인 성공담’을 심심찮게 듣는다. 주로 ‘모 부서의 누구는 알트코인으로 수백%대 수익을 올리고 재미로 회사를 다닌다더라’는 이야기다. K 씨는 “다 하는데 안 하자니 뒤처지는 것 같고, 하자니 너무 늦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월급 만으론 은퇴는커녕 집 한 채 사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무리해서라도 자금을 끌어모아 암호화폐로 돈을 벌어 파이어족(조기 은퇴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계층 간 이동 사다리는 끊겼는데, 부동산은 너무 올랐고, 또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 노동 소득 만으로는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에 나선 다는 점이다. 일명 ‘빚투’(빚내서 투자)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940조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나라 경제 규모(1918조 원)를 넘어섰다.
'한 탕'을 노리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 이야기에는 맹점이 있다. 바로 실패담은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 좌절한 청년들에게 비트코인(또는 알트코인)은 한 단계 높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자산을 나누는 분산 투자가 아니라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