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봉쇄와 부양책이 더해진 결과
“집단면역 통해 봉쇄 완화하면 소비 급증 전망”
무디스 “저축액의 3분의 1만 지출해도 세계 GDP 2% 넘게 증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분석을 인용해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축적된 추가 저축액이 5조4000억 달러(약 6032조 원)에 달한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정책이 완화하면 소비지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2019년 소비 지출과 비교해 추가 저축액을 산정했다. 그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한다.
또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올해 1분기 글로벌 소비자신뢰지수는 108로, 2005년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선진국들의 가계 저축률이 금세기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일련의 결과는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각국의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 현금을 쌓아 둔 가계가 다시 지갑을 활짝 열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추가 저축액은 특히 미국과 유럽에 집중됐다. 이들 지역이 봉쇄 조치를 강화함과 동시에 부양책을 통해 자금을 공격적으로 푼 영향이다. 미국에서만 2조 달러 넘는 자금이 추가 저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은행 자문업체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수치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시작하기 전 규모라고 전했다.
무디스는 “소비자가 추가 저축액의 3분의 1만 지출해도 올해와 내년 세계 GDP를 2% 넘게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저축과 억눌린 수요의 결합은 각국이 집단면역을 통해 경제를 개방하게 되면서 전 세계 소비지출 급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저축 상당 부분이 부유층에 쏠린 만큼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추가 저축의 약 3분의 2는 상위 40%가 보유하고 있다”며 “고소득층은 추가 저축분을 지출하는 대신 손에 쥐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추가 저축이 대부분 부유한 가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저축이 소득 증가가 아닌 부의 축적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지출은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