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발생 논란으로 보류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재개됐다. 다만 30세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등 14만2000여 명, 60세 미만 3만8000여 명이 12일부터 AZ 백신을 맞는다.
30세 미만 접종 제외는 영국 기준에 맞춘 것이다. 유럽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희귀 혈전증이 한국에서는 매우 드물고, 우리가 확보한 백신은 AZ가 대부분인 현실이 고려됐다. 그럼에도 2분기 접종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30~50대 백신 접종률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 AZ 백신 접종대상 가운데 64만여 명인 30세 미만의 접종대책도 아직 없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이 밝힌 혈액응고장애 자문단 연구결과에서는 AZ 백신접종 후 국내 혈전증 발생확률이 100만 명당 1.33건으로 나타났다. 자연발생률보다 5~10배 높지만, 유럽의 6.53건에 비해 낮다. 20∼30대에서 혈전 위험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보다 컸고, 60대 이상에서는 접종 이득이 혈전 위험보다 훨씬 높았다. 고령자는 백신을 맞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는 20∼30대의 코로나19 치명률이 60대 이상에 비해 크게 낮은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AZ 백신을 둘러싼 혼란으로 불안감이 여전히 크다. 유럽 다수 국가가 접종연령을 50∼65세 미만으로 제한했다. 당국의 백신접종 연령 설정이 문제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자들이 접종을 거부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강제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일에도 587명 늘어났다. 4차 유행 경고 이후 확진자 증가 추세가 아직 정체상태이지만 별 의미를 두기 힘들다. 평소보다 줄어드는 휴일 검사 건수를 감안하면 확산세는 여전하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조치를 계속 연장하는 것 말고 달리 대책이 없다. 별 실효성도 없고 국민 피로감만 키운다.
정부가 11월 목표하는 집단면역이 갈수록 늦어지고, 감염병 확산이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정부의 상반기 백신 확보물량 1800만여 회분 가운데 AZ가 60%를 차지한다. AZ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면 방역계획의 틀 자체가 흔들린다. 그럼에도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 등의 대체 백신은 언제 들어와 본격 접종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
국민의 코로나19 불안과 백신 보급에 대한 의구심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아직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 AZ는 최선의 방책이 아니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백신의 신속한 보급으로 빨리 이 터널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다른 것 말고, 정부는 지금 국민을 안심시킬 백신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