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8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 "노사 간 대타협을 위해 정부가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청와대는 전일 대한상의, 중기중앙회를 찾은 데 이어 경제단체를 연달아 내방해 국내 경제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청취했다.
면담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10분까지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8층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손 회장과 이 실장 외에 경총에선 이동근 부회장과 류기정 전무, 청와대에선 안일환 경제수석과 이호준 산업정책비서관이 참석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스크, 진단키트, 백신 등 의료물품 조달을 위해 우리 기업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손경식 회장은 경총 방문에 대한 감사와 이 정책실장 취임 축하 인사를 전하며 화답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몇 가지 현안에 대해 건의했다. 우선 노사 관계 문제에 대해선 "노사 간 대타협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노동문제 해결은 기업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노사 간 대타협을 위해 노동단체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유럽 등 해외 사례 연구를 진행한 점을 밝히면서, 정부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균형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이 정책실장은 "기업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으며, 정부도 노사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영계와 정부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너무 쉽게 법이 만들어진다”라며 “그러다 보니 기업규제 법안이 무분별하게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어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매우 어려운 문제인 줄 알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는 국민과 기업 모두의 조세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며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이 정책실장은 “법 제정 과정에서 경총에서 전달한 요청사항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히고, 경총의 요청 사항을 “시행령 제정 등 과정에서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노동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대에 맞게 노동법을 균형 있게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건의하고, 특히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의 형사처벌과 관련해선 국제적으로도 관례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총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기업정서 해소 사업에 정부도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정책실장은 “기업이 잘한 부분들에 대해 많이 알려주시면 정부도 정책수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이러한 부분들을 국민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알려 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정부도 협력할 것이며, 경영계도 계속 노력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경제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지시하며 성사된 만남이다. 이 정책실장은 전일엔 대한상의, 중기중앙회와 만나 경제활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의 재계 만남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이 정책실장은 경총에 이어 14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경제단체 순회 면담 명단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