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기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업태별 격차는 뚜렷하다. ‘보복소비’ 타깃인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보다(이하 동일) 8.4% 증가했다. 소매업태별로는 백화점이 33.5% 증가했다. 백화점 소매판매지수 증가율은 1996년 2월(52.9%) 이후 최고치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가전제품, 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가 각각 19.9%, 9.9% 늘었다. 주로 고가품이나 일상생활과 밀접도가 떨어지는 사치품에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거리두기 피로감 누적에 따른 외부활동 증가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내수부양책, 설명절 특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내구재는 의약품, 서적·문구, 화장품 등이 줄며 2.8% 느는 데 그쳤다. 비내구재는 전월 대비로도 3.7% 줄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업태별로는 슈퍼마켓·잡화점과 편의점이 전년 동월 대비, 전월 대비 모두 감소했다. 특히 전문소매점과 무점포소매점의 명암이 갈렸다. 각각 전년 동월보다 0.1%, 9.1% 증가했다. 두 업태는 의류·신발 등 겹치는 취급품목이 많다.
이민경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무점포소매점이 부진하다고 전문소매점의 매출이 늘어나진 않는다는 점에서 두 업태를 대체관계로 보긴 어렵다”며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소비패턴이 온라인쇼핑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월 전체 소매판매액(경상)은 38조521억 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0.0% 늘었는데, 판매액 증가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승용차·연료소매점 등 일부 업태에 쏠렸다.
한편, 소매판매를 비롯한 전반적인 서비스업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다. 2월 서비스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0.7% 늘며 반등에 성공했다. 금융·보험업과 도·소매업의 선방 덕이다. 거리두기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지만, 전월보다 20.4% 늘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