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올해 1분기 작년의 10배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했다. 수주 점유율도 절반을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었던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이 살아난 데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해서다.
경기 회복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수주 릴레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4일 영국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총 1024만CGT(표준선 환산톤수ㆍ323척)의 선박이 발주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532만CGT(126척)를 수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던 작년 1분기(55만CGT)와 비교했을 때 수주량이 10배로 급증했다.
14%에 그쳤던 수주 점유율도 올해 1분기 52%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가져간 것이다.
이런 호실적은 대형 조선업체 수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총 68척, 55억 달러(해양플랜트 제외)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액(149억 달러)의 37%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대만 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한 번에 수주하는 등 현재까지 총 42척, 51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벌써 올해 목표액(78억 달러)의 65%를 채웠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주한 초대형 유조선(VLCC) 10척을 포함해 총 19척(17억9000만 달러)을 수주해 올해 목표(77억 달러)의 23%를 달성했다.
대형 조선사들의 올해 1분기 수주액을 모두 합하면 14조 원에 육박한다.
중형 조선사들도 선전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최근 그리스 선사로부터 아프라막스급 석유제품운반선 1척, 원유 운반선 1척을 수주하는 등 1분기에 선박 8척을 수주했다.
수주 증가는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등 글로벌 발주 환경이 호전된 데 따른 결과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운임지표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6일 2570.68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889포인트)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올랐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증가한 점 또한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 가치선 분야에서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선박공업은 프랑스 선사 CMA-CGM이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2만3000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9척 인도를 기술 역량 부족으로 1년 이상 지체시킨 바 있다.
최근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는 일본 조선사가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사들의 수주 릴레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선주들이 발주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릴레이가 계속된다면 올해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작년과 달리 수주 목표액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