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연임과 사내이사 선임 등을 마무리 지으면서 공격적인 경영 전략에 돌입한다. 금융소비자법 시행과 맞물려 소비자보호를 더욱 강화해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읽었던 신뢰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2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주주총회를 마친 금융지주 수장들이 ‘소비자보호·ESG’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특히 연임을 통해 2기 체재에 돌입하는 은행과 새로운 은행장을 선임한 은행 모두 구체적인 전략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17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연임을 확정하면서 ‘조용병·진옥동·임영진’ 2기 체재 출범을 알렸다. 지난 25일 열린 주총에서 글로벌 투자자문사인 ISS의 반대에도 진옥동 행장 등 6인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여전히 많은 고객이 투자상품 사태로 아픔을 겪고,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음을 경영진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고객 손실을 최소화하겠다” 약속했다.
금융권은 지난 25일부터 금융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 금소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경영관리부문(CMO)을 신설한 뒤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자회사 전반의 점검을 강화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전담조직 인력도 확충했다.
ESG 경쟁력도 높인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카드가 기업의 디지털 책임(Corporate Digital Responsibility·CDR) 경영을 위해 CDR 경영 태스크포스팀을 출범했다. CDR 경영은 디지털 경영 전반 이슈를 환경·책임·지배구조(ESG)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자사 데이터를 통한 탄소배출 절감 기여, 디지털 격차 해소, 데이터 소비자 주권 중심 지배구조 확립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도 소비자보호와 ESG를 올해 핵심 사업으로 진행한다. 하나금융은 26일 주총을 통해 이사회 내 ESG 관련 위원회인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정관 개정 안건도 통과시켰다.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에는 ‘그룹소비자리스크관리총괄’과 ‘소비자리스크관리팀’을 배속해 추진력을 강화한다. 실행 중심의 ESG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사회가치팀’을 ‘ESG기획팀’으로 개편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4연임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1년 임기 동안 실적과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또 최근 ESG부회장을 신설해 ESG 금융 실천에 속도를 낸다. ESG부회장은 경영관리 부회장을 맡아온 함영주 부회장이 담당한다.
주총을 통해 새로 취임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사람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소비자 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사람’을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박 행장은 △손님 생활 속의 디지털 은행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은행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은행 등 3재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연임하면서 ‘손태승·권광석’ 2기 체재에 돌입했다. 권 행장은 25일 열린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한 뒤 곧바로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근무 중인 마이데이터 개발진과 경기도 오산 세교지구의 영업현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앞서 권 행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를 비롯, 코로나19 여파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올해는 소비자보호에 보다 만전을 기하면서 디지털과 채널 혁신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