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투자증권 성과급 손본다

입력 2021-03-24 21:31 수정 2021-03-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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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전경.
▲한국투자증권 전경.

올해 초 SK하이닉스가 불 지핀 성과급 논란이 증권가로도 번졌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PB영업 직군을 대상으로 성과급 보수 체계를 손보면서다. 모호한 평가 기준에 공개 기명으로 표결에 부치자 직원들 사이에선 '형식 투표'라는 비판이 거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리테일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성과급 변경 체계 동의 투표를 실시했다. 변경된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려면 전 직원 동의절차가 필요해서다.

개인 성과급을 없애고 팀 성과금 체제로 간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기존 PB들은 관리고객으로부터 발생한 순수익에 지급률을 적용해 개인 성과급을 받았다. 앞으로는 개인 실적이 아닌 PB본부별 실질 손익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변경 취지에 대해 "개인의 창출 수익이 아닌 회사의 성장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손익과 연동하여 성과급 재원이 커지고 직원에게 현재보다 유리한 방향을 설계했다"며 "보다 많은 직원에게 공정한 혜택이 가도록 설계했다"고 안내했다.

회사 측이 변경안을 내놓자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인센티브 제도 자체가 개인 실적을 고려하면서 조직 단위의 보수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PB는 "인센티브는 말 그대로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며 "내가 낸 성과에 대한 보상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인센티브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성과급 기준이 불확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기존 인센티브에선 개인 창출 수익에 대한 데이터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팀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변경하려는 성과급은 지점→팀→팀장→팀원으로 재원 분배가 하향식으로 되어 있다. 지점장이 팀 재원을 조정한다. 또 팀원 사이에서 '정성평가'도 평가 요소에 들어간다.

아울러 재원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전사 실적 혹은 백업하는 부서에 연동되는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는 "얼마 전 (SK)하이닉스 사태처럼 지금 직원들이 반발하는 건 단순히 덜 주고 더 주고가 아니라 성과급에 대한 기준을 모르고 알려주지 않는다는 데 모든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24일 한국투자증권이 실시한 PB성과급 보수 체제 변경 투표 용지. 개인별 투표용지를 마련하지 않고 한 종이에 '이름, 동의 여부'를 작성해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독자제공)
▲24일 한국투자증권이 실시한 PB성과급 보수 체제 변경 투표 용지. 개인별 투표용지를 마련하지 않고 한 종이에 '이름, 동의 여부'를 작성해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독자제공)

투표 방식 역시 문제가 됐다. 공개 기명으로 투표에 부치면서다. 전일 한국투자증권은 성과급 체계 변경 안내 영상을 배포한 뒤 이날 표결에 부쳤다. 개인별 투표용지를 마련하지 않고 한 종이에 여러명이 '이름, 동의 여부'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지점장에서부터 신입직원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셈이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20대 PB는 "팀제 성과급 기준 보면 상사가 정성 평가하는 내용도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투표하면 눈치 보여서 누가 비동의하겠냐"며 "블라인드에선 비동의 직원한테 불이익을 준다고 협박하는 증언도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번 조치의 목적은 분명하고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 그동안 개인 PB 1인이 담당하던 서비스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팀제로 전환해 집단지성을 이용한 보다 고도화되고 품질 높은 첨단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상품도 복잡해지면서 고객의 요구와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며 “금융회사로서 고객을 최우선하는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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