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백화점과 할인점에 대한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우선 투자 규모 축소는 롯데쇼핑의 내부 위기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는 기업 발전과 영속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사업부는 백화점ㆍ할인점(대형마트)ㆍ슈퍼ㆍ이커머스로 크게 나뉘는데 백화점과 할인점이 양대축으로 평가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롯데하이마트 실적 포함) 매출 16조 762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 백화점이 2조 6550억 원, 할인점이 6조 3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롯데쇼핑은 결국 주력 사업에도 메스를 댔다. 1년 사이 백화점과 할인점에 대한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
롯데쇼핑은 할인점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할인점(롯데마트) 신규투자액은 총 41억 원이다. 이 중에서 기투자액은 38억 원, 향후 투자액은 3억 원이다. 2022년까지 투자 여력이 3억 원에 불과하단 뜻이다.
전년 사업보고서와 비교하면 이는 사실상 '신규투자 중단'으로 읽힌다. 2019년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할인점 신규투자액이 총 1098억 원으로 설정돼 있는 것과 비교할때 1년 사이 투자액은 급전직하한 셈이다.
백화점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백화점에 총 7189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전년 계획(9123억 원)과 비교하면 투자액은 21.1% 감소했다. 특히 올해는 백화점에 6448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전년 계획(8768억 원)보다 26.4% 줄어든 수치다.
업계는 롯데쇼핑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단 '현재의 생존'을 택한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 롯데마트는 올해 초 창사이래 처음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전 직급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비수익 점포 정리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쇼핑이 주력사업에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미래 사업, 특히 이커머스에 주력하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만큼 '롯데온' 등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사업은 롯데쇼핑의 재건을 위한 열쇠로 꼽힌다. '유통공룡' 롯데가 온라인 시장에선 유난히 힘을 쓰지 못하는 만큼 '변화'와 '투자'의 필요성이 줄곧 제기된다.
실제로 전날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가해 200억~3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고나라의 지분 23% 정도를 확보하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경영 참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는 강희태 부회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새롭게 투자할 곳이 많다는 것은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투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롯데지주는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코스닥 상장사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지분 투자나 조인트 벤처기업 설립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롯데쇼핑 측은 백화점, 할인점의 투자 규모 축소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투자 규모 축소는 점포 정리 등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며 "최근 일련의 신규 투자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