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쐈던 5·18 계엄군 공수부대원, 유족에게 직접 사죄

입력 2021-03-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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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 씨와 희생자인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의 만남이 이뤄졌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17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 씨와 희생자인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의 만남이 이뤄졌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유족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가해자가 자신이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고 고백하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 씨와 희생자인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는 A 씨가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조사위에 밝혔고, 유족 역시 가해자의 사과를 수용하면서 마련됐다. A 씨는 자신의 총격으로 고인이 숨지게 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는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며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린 A 씨는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A 씨의 사과에 대해 고인의 형인 박종수(73) 씨는 "늦게라도 사과해줘 고맙다"며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또 "용기 있게 나서주어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며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고 A 씨를 안아줬다.

5·18 당시 25살 청년이었던 고인은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인 보성으로 가기 위해 남구 노대동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지나가다 순찰 중이던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이었던 A 씨에 의해 사살됐다.

A 씨는 조사에서 "순찰 중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공수부대원)를 보고 도망가자 정지할 것을 명령했다"며 "겁에 질려 도주하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사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사망 현장 주변에는 총기나 위협이 될만한 물건이 없었다"며 대원들에게 저항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겁을 먹고 도망가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계엄군의 총격은 무장한 시위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조사위는 그동안 조사 활동을 통해 A 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 유가족 간 상호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해 사과와 용서를 통한 과거사 치유에 기여할 계획이다.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건강 관리에 유의해 달라"며 "당시 작전에 동원된 계엄군들이 당당히 증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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