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경영 성과가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전경련은 11일 5대 증권거래소(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도쿄증권거래소, 상하이증권거래소, 홍콩증권거래소)와 한국 주식시장의 차등의결권 도입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해 적대적 인수ㆍ합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다.
반면,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해 개인적 이익만 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전경련 분석 결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들의 2019년 총매출이 2014년보다 5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은 1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 증가율은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과 미도입 기업이 각각 32.3%, 14.9%로 나타났다.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190.8% 증가했고 미도입 기업은 49.1% 늘었다. 설비투자는 도입 기업이 74.0%인 반면 미도입 기업은 -0.7%로 분석됐다.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모두 미도입 기업을 앞섰다. 이 기간 도입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75.9%, 영업이익은 65.6% 늘었다. 미도입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21.0%, 15.9% 증가했다.
자본 증가율은 도입 기업이 75.6%, 미도입 기업이 21.4%였다.
부채비율 증가율도 차이를 보였다. 도입 기업은 부채비율이 89.0% 감소했지만, 미도입 기업은 6.9% 늘었다.
배당금과 배당성향에도 격차가 있었다. 도입 기업 배당금은 51.6%, 배당성향은 14.9% 증가했다. 미도입 기업은 각각 34.9%, -6.3%를 기록했다.
주당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한 희석주당이익은 도입 기업이 100.1%, 미도입 기업이 5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보유는 도입 기업 35.0%, 미도입 기업 30.5%로 4.5%포인트 차이였다.
전경련은 최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결정하자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가 촉발됐다면서 정부를 겨냥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차등의결권 대상을 벤처기업으로 한정하고 상장 후 3년 동안만 유효하도록 한 '반쪽짜리'라는 주장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국내 유수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에 직상장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차등의결권제를 전면 허용해 개별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