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적자 기업이더라도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을 달성할 경우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나 2차 전지 등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수월해져 한국판 ‘테슬라’의 육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는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일 경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단독 상장요건을 포함한 규정 개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현행 제도로는 코스피에 신규 상장하려면 시총 외에도 다른 경영성과를 충족해야하지만 앞으로는 시총 단독요건만으로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되는 것이다. 미래 성장형 기업은 매출액 미달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을 5년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달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유망한 기업들을 국내 증시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상장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쿠팡의 경우 차등의결권 이외에도 적자가 이어져 국내 증시 입성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지난 2017년부터 적자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으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테슬라 요건’이 생겼고, 코스피도 성장성 기준으로 상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코스피의 경우 매출액, 당기순이익, 자기자본 등 지표를 시총과 동시에 충족해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걸림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 될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도 코스피 시장 진출이 한결 쉬워지게 된다.
벌써부터 비상장주식이 거래되는 장외주식시장(K-OTC)의 △컬리(마켓컬리) △비보존 △야놀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코스피 입성시 2조~5조 원의 시가총액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래 성장성만으로 기업들이 코스피에 상장될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30%선에 머물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이 비중이 70%를 넘나들고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 거래소들이 문턱을 낮추는 것은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증시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우리의 경우 상장 주관사들의 책임을 늘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좋은 기업들의 자금확보 차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