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지난해 하반기 준공한 중국 톈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신공장의 가동 방향성을 놓고 시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공장의 경우 전장용 제품 생산을 전담하지만, 최근 IT용 MLCC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라인 전환 등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 신공장의 초기 설비투자 세트업을 완료했고, 양산 안정성을 검증하는 시험생산 단계를 거치고 있다. 정식 가동과 본격적인 양산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연한 수요 대응을 위한 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하나는 전장용 MLCC용으로 지은 해당 공장의 일부 라인을 IT MLCC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톈진에 IT용 MLCC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전장 수요에 대비해 2018년부터 해당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삼성전기의 IT용 MLCC 공장은 넘쳐나는 수요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완전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용 MLCC 수급이 불균형한 현 상황에서 IT용으로 라인을 전환하는 안이 고려되고 있다"라며 "양산이 시작되면 감가상각도 고려해야 하므로 시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부진했던 모바일 수요가 올해 회복세에 있고, 특히 미뤄졌던 5G 도입이 본격화하며 MLCC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5G 스마트폰은 4G 제품과 비교하면 MLCC를 20~30%가량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여기에 일본 북동부 지역에 일어난 지진으로 업계 1위 무라타를 비롯한 주요 MLCC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라인 전환에 따른 기회비용은 고려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 전환에 별도 시간은 들어가지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IT용으로 라인을 전환 후 다시 전장 수요가 늘어나면 처음부터 고객사로부터 인증을 받는 과정 등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상 (IT용 MLCC 제품의) 수요가 담보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ITㆍ전장 모든 부문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쪽을 택하든 올해 실적은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올해 삼성전기를 두고 ‘영업이익 1조 원’ 복귀를 점치고 있다. MLCC 호황기였던 2018년 삼성전기는 영업이익 1조181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2019년과 지난해 7340억 원, 8291억 원으로 1조 원을 밑돌았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G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세, IT기기 수요 호조세 지속, 전장 수요 회복으로 MLCC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라타는 이미 일부 고부가가치 IT MLCC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삼성전기를 포함한 나머지 업체들도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