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규제로 외산 점유율만 늘수도
중저가폰 쿼터제, 국내 제조사 수익성 악화 우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독과점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스마트폰 독과점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과 관련 “시장 동향을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장관은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도 LG전자를 놓고 “휴대전화 사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는 있다”며 “어떤 일이 실제 생기면 그때 과기부의 대응을 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 삼성전자의 국내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높아지고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최 장관의 발언이었다.
업계는 정치권의 독과점 제재 움직임이 시장 논리에도 어긋나고, 자칫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기업 점유율을 제한한다고 해서 반대로 다른 기업의 점유율이 늘어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기업이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설픈 규제는 애플의 점유율만 키울 수 있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과 일본 소니 등이 국내 시장에 도전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독과점 이슈를 피하자고 외산제품을 밀어줄 수도 없는 처지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72.3%), 애플(13%), LG(14%) 순으로 나타났다. 4분기 역시 삼성(58%), 애플(31%) 순으로 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섰으나 애플은 신제품 효과로 4분기 점유율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분기별 점유율이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와 하락을 오가며 정체됐지만, 애플은 최대 5%포인트 증가했고, 지난해 4분기 국내 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독과점 문제 해소를 위해 중저가폰 쿼터제 도입이 거론된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중저가 단말기를 일정 비율 이상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쿼터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중저가폰으로 수요가 분산될지는 미지수다.
제조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폰 늘리자고 프리미엄폰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고가의 모델만 내놓고 있는 애플은 외국 기업으로 쿼터제 적용에도 한계가 있어 국내 기업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도 중저가폰 쿼터제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잘 팔리는 폰으로 가입자수를 늘리고 싶어하지 중저가폰 판매에 영향을 받고 싶어하는 통신사는 없을 것”이라며 “프리미엄폰은 지원금도 많이 나와 적정 가격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폰 쿼터제에 따른 국내 제조사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50달러(약 17만 원) 이하 모델의 판매 비중이 64%로 2년 전보다 5%포인트(p)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LG 스마트폰의 고가 제품 비중 축소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LG가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비중을 늘리게 되면서 결국 중저가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독과점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두다. 지난해 7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하원의원들은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 ‘빅4’의 최고경영진(CEO)을 대상으로 ‘시장 독점 의혹’을 제기했다. 의회 청문회에 이들 4개 기업의 CEO가 한꺼번에 출석한 것은 처음인 가운데, 팀 쿡 애플 CEO의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팀 쿡 CEO는 “애플은 우리가 사업을 하는 어떤 시장에서도 독점적 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LG, 화웨이 같은 기업들과 지독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최고이지 최대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