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인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친환경차 보급에 앞서 자동차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5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산업 세제의 현황, 문제점 및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9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3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KIAF는 자동차산업협회(KAMA)를 비롯한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개회사에서 “세율 인상 등을 통한 증세보다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내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증세와 같은 효과가 발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인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설비·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자동차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폐지도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김성진 디스플레이협회 부회장은 KIAF 회원사 15개 단체를 대표해 “글로벌 경쟁을 위해 연구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경쟁국 대비 한국의 대기업 연구개발지원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현행 당기비용의 2%인 세액공제율을 미국 10%, 일본 6~14% 등 주요 경쟁국 수준까지 확대하고 공제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투자 촉진을 위해 통합투자세액 공제의 과감한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라면서 "투자회복 견인 효과가 높은 대·중견기업의 한시적 세액공제 확대, 중소기업을 위한 공제율 상향 조정,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정부가 연구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을 지원하던 기존 방식 대신 세제 지원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친환경차 보급에 앞서 자동차 세제를 시급히 손봐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류병현 회계사는 “현행 자동차 세제는 준조세를 포함해 총 12단계로 구성돼 복잡하고, 수송부문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과중한 문제가 있다”라며 “현행 배기량과 가격 기준 과세는 친환경차 보급촉진책으로 미흡하고, 향후 친환경차 확산 시 세수감소가 불가피하다”라며 세제 당국의 선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개별소비세 폐지 또는 친환경차 세제 지원 확대, 장기적으론 교육세, 개별소비세, 공채 폐지 등 선진국과 같은 과세체계 단순화가 필요하다”라며 “중량, 탄소배출량, 소음 등 친환경 요소를 연계한 세제 개편 방안도 검토 필요하다고”고 제언했다.
다만,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세제를 급격히 개편하면 내연기관차 산업이 위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동화 준비 시점을 고려해 2025년 이후에 세제개편이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해외배당소득 과세를 면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의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는 국내기업의 해외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완전히 조정해주지 못해 배당수입의 국내 송금 과정에서 추가적인 세 부담을 발생시키고, 과도한 수준의 재원을 해외에 유보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해외배당소득 과세 면제제도’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제도는 송금과정의 세 부담을 낮춰 해외소득의 원활한 국내 환류와 국내외 투자에 호의적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OECD 회원국 36개국 중 5개 국가(한국, 칠레, 아일랜드, 이스라엘,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해외배당소득 과세면제를 채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의 투자촉진과 활력 제고를 위해 법인소득에서 자기자본에 대한 정상수익(이자율 수준의 수익률 적용)을 공제한 후 과세하는 ‘자기자본 공제제도’ 도입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