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막대한 돈을 풀었음에도 지난해 4분기 가계의 소득분배 상황이 1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소득 불균형에 따른 빈부 격차가 심화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위계층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크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는 1002만6000원으로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에서 큰 차이가 났다. 1분위(59만6000원)와 2분위(188만2000원) 근로소득이 각각 13.2%, 5.6%나 줄었는데 5분위(721만4000원)는 1.8%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이 4.72배로, 전년(4.64배)보다 커졌다. 이 지표는 가구원별 5분위 가처분 소득을 1분위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 수록 분배가 악화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양극화가 깊어졌다는 의미다. 작년 3분기에도 5분위 배율은 4.88배로 1년 전(4.66배)보다 크게 나빠졌다.
정부는 지난해 9∼10월 코로나19 피해가 큰 계층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풀었다. 이에 따른 공적이전소득으로 전체 가구당 4분기 월평균 소득이 1.8%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은 소득 1분위가 17.1%, 2분위 25.0%, 3분위 26.5%, 4분위 33.6%, 5분위 11.7%였다. 최하위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금의 효과가 그보다 소득이 많은 계층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재난지원금 집행의 합리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분석 결과다.
정부지원금 효과를 빼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을 합친 시장소득의 5분위 배율도 7.82배로 1년 전 6.89배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정부는 계속 “코로나19 취약업종·계층에 대한 피해지원을 늘리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포용적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는 일시적이다. 근로·사업활동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급증하는 게 소득불균형 악화의 주된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 조치는 가장 먼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피해로 이어지고,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없애면서 이들의 소득을 줄이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돈 퍼붓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1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0만 명 가까이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고용상황을 보였고, 작년 연간으로도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실업률 등 모든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떨어졌다. 기업투자를 살리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획기적 정책 전환 없이는 분배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