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에 배당 축소를 권고하고 여당이 이익공유제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자 금융지주들과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배임 이슈 등으로 발생할 소송을 대비하기 위해 법률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의 투자자 대응ㆍ관리(IR) 담당 부서에는 개인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배당과 이익공유제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금융지주사가 금융위원회의 배당 성향 20% 이내 지침을 따를 것인지다.
앞서 28일 금융위원회는 지주사와 은행들에 6월 말까지 순수익의 20% 이내에서 배당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을 기반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 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ㆍ의결했다. 당국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만큼 금융사들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 배당성향은 현재 금융위가 권고하는 수준보다 5~8%포인트(P)가량 높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 26%, 신한금융지주 25.97%, 하나금융지주 25.78%, 우리금융지주 27%, NH농협금융지주 28.1%다.
금융 당국의 전보다 낮은 배당성향 권고에 금융지주사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대 금융지주사는 배당 정책에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당국의 권고안과 실적, 손실 흡수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해 정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의 최종 배당 성향은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 역시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다. 이익공유제의 물꼬를 튼 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다. 홍 의장은 지난 19일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가져가는 금융업”이라며 “임대료만 줄이고 멈출 게 아니라 시업이나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참여가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배당을 줄여 재원을 확보하라면서도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위해 스스로 이익을 내놓으라고 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이 이익공유제 참여가 확정될 경우 일부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거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런 가능성에 대비하며 내부적으로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