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략적 인내 끝났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대비할 때"

입력 2021-01-27 15:14 수정 2021-01-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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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속도… 비주력 사업 정리·성장사업 집중 투자

▲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사진제공=LG)
▲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사진제공=LG)
재계가 연초부터 발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 새판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역량을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전략적 인내를 이어간 재계는 올해 본격적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에 태양광까지… 수익성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접어

2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을 떼어내는 대변혁을 맞게 될 전망이다.

먼저 26년간 이어온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사실상 '매각이나 철수' 선언으로 풀이한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선 건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 일환이다.

또 LG는 올해 5월 출범하는 신규 지주사로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판토스를 내어 준다. 그룹 전통에 따라 구본무 LG 고문이 신설 지주로 분리하면서다.

LG 관계자는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구본준 고문 역시 신설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선제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날 LG하우시스는 현대비앤지스틸과 자동차 소재 및 산업용 필름 사업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적자 사업을 털어내는 전략이다.

▲2016년 열린 '태양광 박람회'에 참가해 태양광 핵심 소재 'PV 페이스트' 신제품을 선보인 삼성SDI. 삼성SDI는 수익성이 하락한 이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사진제공=삼성SDI)
▲2016년 열린 '태양광 박람회'에 참가해 태양광 핵심 소재 'PV 페이스트' 신제품을 선보인 삼성SDI. 삼성SDI는 수익성이 하락한 이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 역시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태양광(PV) 페이스트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페이스트는 태양광 셀 겉면에 얇고 가늘게 바둑판 모양으로 발라져 태양광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소재다.

삼성SDI는 2010년부터 태양전지용 페이스트 사업에 진출해 2015년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현지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지며 점유율과 수익성이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 및 친환경 사업, 과감한 선제 투자

▲작년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작년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반면 기업들은 '될'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넥실리스가 말레이시아에 65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생산시설 건설에 나선 것도 차세대 성장 사업 키우기의 일환이다.

SK넥실리스는 유럽과 미국 지역 대상의 후속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1%, 배터리 시장은 38% 성장한다. 동박 수요도 늘고 있어 현재 SK넥실리스는 가동률 100% 상태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전날 열린 올해 첫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성장 비전에 대한 스토리 제시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면서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른 실행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친환경 미래사업에 1조 원을 투자한다. 조선 업황의 회복세가 본격화되자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시장에 대비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그동안 고전한 사업은 털고 가고, 신사업 분야 투자를 늘리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올해 주요 기업 간의 깜짝 인수ㆍ합병(M&A)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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