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0%로 뒷걸음쳤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의 -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다. 수출과 민간소비가 큰 폭 줄어든 탓이다.
한국은행은 26일 ‘202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을 발표했다. 집계에서 2019년 대비 민간소비가 -5.0%, 수출이 -2.5%로 하락했다. 민간소비는 1998년(-11.9%), 수출은 1989년(-3.7%) 이후 가장 나쁜 기록이다. 반면 정부소비가 5.0%, 설비투자도 6.8% 늘어 성장을 떠받쳤다. 민간소비 감소를 정부 재정으로 방어했고, 투자 증가는 2019년 -7.5%나 쪼그라든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성장률의 민간기여도가 -2%포인트(p)로 주저앉았고, 정부기여도는 1%p였다.
경제활동별 GDP는 공공서비스인 전기가스수도사업만 6.1% 늘었을 뿐, 농림어업(-3.4%), 제조업(-1.0%), 건설업(-0.8%), 민간서비스업(-1.2%) 모두 크게 후퇴했다. 특히 서비스업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5.8%), 항공·운수(-15.9%), 문화 및 기타(-16.5%) 업종이 대폭 줄었다.
그나마 작년 3분기부터 성장 회복세가 나타난 건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1분기 -1.3%, 2분기 -3.2%였으나, 3분기 2.1%, 4분기 1.1%로 살아나는 모습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봉쇄로 수출이 1, 2분기에 각각 -1.4%, -16.1%로 추락했다가, 3분기 16.0%, 4분기 5.2%의 반등세를 보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백신 보급 등 코로나와의 전쟁이 지구적 과제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지만, 과연 방역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1억 명, 사망자도 200만 명을 넘었다. 백신 접종 이후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코로나 공포가 해소돼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 얼마나 걸릴지 아직 가늠이 안 된다.
한은 또한 코로나19 충격이 현재진행형임을 우려했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 투입으로 우선 위기를 막는 데 급급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한 까닭이다. 초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이 생산 부문이 아닌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경제 흐름을 왜곡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좋은 성과라고 자찬(自讚)한다. 청와대도 작년 -1.0%의 역성장을 선진국들과 비교해 최상위권의 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낯 뜨겁기 짝이 없다.
수출이 관건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출은 한국 경제를 살리는 동력인 까닭이다. 수출에 의존한 제조업 비중이 크고, 생산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럼으로써 소비가 활성화하고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그게 안 되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