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올해 설도 집콕 명절이 예고되면서 설 선물 시장에 보복소비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업계가 고향 방문이 어려워진 대신 선물로 대신하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명품 한우세트부터 수천만원대 최고급 와인, 이동형 주택 등 이색적이면서도 값비싼 상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는데, 실제로 이같은 선물 수요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가 억눌린 상황에서 가족과 친지들에게 설 선물로 '플렉스'(flex)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면서 보복소비 심리가 고가 선물의 유행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백화점의 설 선물 키워드는 '명품 한우'다. 신세계백화점은 설을 맞아 대표 프리미엄 선물세트 종류인 5스타 물량을 전년 대비 30% 확대했다고 25일 밝혔다. 5스타는 신세계가 산지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는 품목별 최고급 명절 선물세트다.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인 초고가 상품인 '명품 한우 더 넘버 나인' 세트(6.4㎏) 가격은 250만 원이다. 이 제품은 투뿔(1++) 등급에서도 가장 높은 마블링 등급인 넘버 나인을 받았다. '투뿔 넘버 나인’은 2019년 말 농림축산식품부의 한우 등급 세분화 이후 나온 등급으로 전체 도축 물량 중 최대 7%뿐으로 마블링과 육질 질감, 색감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그간 업계에서 이 정도 용량과 가격으로 구성한 한우세트는 없었다"고 했다.
현대백화점도 이번 설 역대 최대 규모인 6만 개에 달하는 설 선물세트를 준비하면서 특히 100만 원 이상 초고가 선물세트의 물량을 30% 늘렸고, 품목 수도 기존 3종에서 4종으로 늘렸다. 현대명품 한우 세트 3종에 이어 새로 선보인 '현대 화식한우 명품 넘버나인' 세트 가격은 110만 원이다.
고급 선물의 대명사인 특급호텔도 발벗고 나섰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날부터 특급호텔의 노하우를 담아 호텔리어가 직접 배송하는 프리미엄 설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정육, 수산세트에 더해 프리미엄 침구세트 등을 설 선물로 준비했다. 불고기, 국거리를 함께 담은 ‘명품 한우 프리미엄세트’(65만 원), 스테이크용으로 등심, 채끝, 안심 부위를 제안하는 ‘명품 한우 스테이크세트’(99만 원), 바로크 침구세트(88만 원), 에블린 침구세트(106만 원) 등이 주력 상품이다.
백화점과 편의점의 '명품 주류' 판매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은 18일부터 올드 빈티지 와인을 한정수량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설 명절세트에 올드 빈티지 와인 25품목, 총 3억5000만 원에 달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단 한 병 확보한 '샤또 무통로칠드 1945'의 가격은 3900만 원이다. 이밖에도 샤또 라피트로췰드 2000(650만 원, 3병), 샤또 라뚜르 2000(400만 원, 3병) 등 소장가치와 희소성을 갖춘 상품을 준비했다.
편의점 GS25는 설날 한정 수량 상품으로 슈퍼프리미엄 와인 4종을 선보였다. 프랑스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 받는 샤또 1등급 와인 5병으로 구성된 5대샤또와인세트(600만 원)를 비롯한 샤또 페트뤼스 2014(550만 원), 샤또 무똥로칠드 1990(149만 원), 샤또디껨 2007(62만 원)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소비자 반응은 벌써 뜨겁다. 롯데백화점의 올드 빈티지 와인 물량 30%는 이미 예약이 완료됐다. GS25가 운영하는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에선 5대샤또와인세트와 샤또페트뤼스 등이 11일 업로드 후 하루 만에 품절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고가선물 수요 증가의 배경에 보복소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U가 이색 설 선물로 내놓은 이동형 주택도 예상 외로 문의가 많다. 실제로 최근 충남 보령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아내를 위해 복층 고급형 주택(1595만 원)을 구입했다. 1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하루 평균 30여명의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편의점도 지난해부터 실험적으로 고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지난해 내놨던 캠핑카의 경우 최종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는데, 올해 이동형 주택의 경우엔 문의 자체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인 점에 비춰볼 때 보복소비 수요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