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존재감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블랙록 CEO, 태도 바꿔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두 개 펀드의 투자 설명서를 변경해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투자가 가능한 펀드는 ‘블랙록 스트레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스(BlackRock Strategic Income Opportunities)’와 ‘블랙록 글로벌 얼로케이션 펀드(BlackRock Global Allocation Fund)’다.
블랙록은 8조7000억 달러(약 9561조3000억 원)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이지만, 지금까지 가상화폐 관련 상품을 다룬 적은 없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투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2018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가상화폐를 보유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비트코인이 약진하자 그는 태도를 바꿨다. 핑크 CEO는 지난달 회의에서 비트코인을 언급하며 “다른 금융 상품보다 존재감은 여전히 작지만, 미래에는 전 세계 투자자가 거래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분명한 수요가 있다”며 “이는 투자자를 위한 자산 일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선물은 2017년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CBOE는 비트코인 열기가 식자 거래를 중단했지만, 2019년부터는 미국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비트코인을 취급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잇달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보험사 매사추세츠뮤츄얼라이프보험이 일반 투자 계정에 1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 스퀘어와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비트코인을 사들였으며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송금 서비스 업체 페이팔도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번 블랙록의 참여는 비트코인의 존재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상승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대체 통화 수단으로서 금과 경쟁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지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