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참여자들은 올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주식 재산을 물려 받게 된 유족의 최종 상속세가 11조원으로 확정되면서 올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정 회장의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현대글로비스 23.29% 등이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대주주의 작은 지분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본다. 특히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해 미래 성장성 입증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증시의 맡형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올라야 코스피도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은 외국인의 발길을 돌릴 흡입 유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11월 이후 30%가까이 오른 것도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시 삼성물산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몇해전 외국계 증권사 CLSA에서는 2022년 코스피가 40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의 주된 논거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의 자본이 효율적으로 쓰이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롯한 수익성 개선과 배당 증대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가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해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을 벗어나려면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다. 규제당국은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경영진은 투명경영에 힘쓰며, 투자자는 공정 투자를 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3000 시대를 항해하는 또다른 핵심 동력으로는 단연 ‘주주환원책’이 꼽혔다. 바로 배당이다. 2020년 코스피200 상장 기업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의 비율)은 처음으로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20%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서 코스피 밸류에이션도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코스피 배당성향이 30~40%를 유지한다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최고 15.7배까지 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처럼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과 대만의 주요 지수의 사례와 비교했을 경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PER 15.7배를 적용할 경우 코스피 목표치는 3080이 된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대규모 배당에 나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도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특별배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 환원 방침을 유지하면서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해 적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2018~2020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2020년 말에 환원할 예정이다.
‘환원’은 배당일 수도 있고, 자사주 매입일 수도 있지만 증권업계는 배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분기별로 주당 354원을 배당으로 지급해 왔는데 2020년 연말 특별배당이 이뤄지면 기존 배당에 더해 주당 1000원 이상 배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개선 가능성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삼성물산이 11월 이후 26% 이상 주가가 상승한 것은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시 삼성물산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본격 시작될 것이란 기대도 주가 상승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주주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해서 미래 성장성 입증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지배구조 개편 자체가 기업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 보유한 계열사’에서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로 확대했는데 이에 따라 총수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 낮추지 않으면 규제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7000억 원에 달하는 지분을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진행되는 것은 필연적이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주요 계열사의 분할과 합병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래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사업구조 재편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