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철저하게”...아시아서 ‘나홀로’ 화이자 백신 공수한 싱가포르의 저력

입력 2020-12-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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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물밑 작업…4월부터 계획 가동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이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21일(현지시간) 도착했다. 싱가포르/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이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21일(현지시간) 도착했다. 싱가포르/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배송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부터 시작된 백신 확보 물밑 작업이 이룬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방송 CNA에 따르면 전날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이 도착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전이 치열한 가운데 아시아에서 ‘나홀로’ 백신 공수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로의 저력은 한 가지 의문에서 출발했다. 전문가 패널을 이끈 벤자민 싯 교수는 “우리가 구매하고 싶을 때 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이 백신 확보에 사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래서 필수적으로 사전 주문 예약자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했다”면서 “그게 선구매 계약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싱가포르는 4월부터 백신 확보 계획을 가동했다. 확진자가 수천 명까지 치솟기도 전에 잰걸음에 나선 것이다.

우선 백신 관련 정보가 필요했다. 경제개발청(EDB)은 18명의 공공 및 민간 분야 과학자와 의사로 구성된 ‘치료법 및 백신 전문가 패널’을 구성했다. 그들의 임무는 전 세계 유망 백신 후보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160여 개 후보 가운데 기술, 기록, 생산 시간표 등을 검토해 35개까지 범위를 축소했다.

조기에 유용한 백신 후보 물질로 꼽힌 것은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중국 시노백이 각각 개발한 백신 세 가지였다. 이 가운데 패널은 ‘RNA (리보핵산)’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생산이 쉬워 임상시험도 일찍 착수할 수 있고 대량 생산도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이다. 시노백은 불활성화 백신이다.

특정 후보군으로 좁혀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4월 말 백신 조기 확보를 목표로 ‘백신 및 치료법 기획단’을 구성했다. 기획단은 EDB가 그동안 구축했던 관계를 활용, 백신 개발업체들과 광범위한 접촉에 나섰다.

이후 6월 모더나와 첫 선구매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합의를 위해 선금도 지불했다. 이어 8월 시노백, 화이자와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는 백신 포트폴리오 다양성 차원에서 40개의 비공개 협정을 더 맺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 화이자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하자 15일 리셴룽 싱가포르 국무총리는 보건당국이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화이자 백신은 12월 말 도착 예정이며 나머지 백신도 수개월 내 도착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3분기까지 싱가포르 국민 전체가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싱가포르의 백신 선구매 협상 과정에는 늘 불확실성이 따라다녔다. 구매 계약 당시는 초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었고 사용 승인을 받을지 미지수였다. EDB는 “그럼에도 리스크를 조정하면서 데이터에 근거해 모든 걸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발 집단 감염으로 한 때 위기가 있었지만, 앞날을 내다보고 발 빠르게 행동했으며 위험을 감수한 결단, 철저한 준비가 지금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오 입 기획단장 말처럼 요행은 결코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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