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내수 활성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내년 상반기 중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도록 하고, 나아가 경제위기 이후 반복되는 잠재성장률 둔화의 고리를 이번만큼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고자 했다”며 “소비의 경우 코로나 방역상황에 따른 제약도 있으나, 이를 충분히 감안한 소비 진작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간다. 파급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총지출의 63%를 하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독려한다. 통화·금융정책도 완화 기조(저금리)를 유지하고, 정책금융 공급을 올해 378조8000억 원에서 내년 494조8000억 원으로 16조 원 확대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와 경기·고용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소비쿠폰 지원사업 재개
내수소비 활성화 대책으로는 신용카드 등 사용액 증가분에 추가 소득공제를 신설한다. 전년 대비 5% 초과 증가분에 대해 10%를 100만 원 한도로 추가 공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예를 들어서 연소득이 7000만 원이라면 소득세율이 15% 정도 적용되는데, 올해 2000만 원을 사용하고 내년에 2500만 원을 사용했다면 500만 원이 늘어난 것이 된다”며 “5%로 (추가 공제) 기준을 잡았다면, 2000만 원의 5%인 100만 원을 초과하는 400만 원에 대해 10%, 40만 원 정도를 추가 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환급금 지원을 재개하고,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를 올해 11조5000억 원에서 18조 원으로 늘린다. 특히 소비쿠폰 지원을 재개한다. 지원내용은 농산물이용권, 통합문화이용권, 스포츠강좌이용권, 근로자 휴가 등 바우처 4종과 농산물쿠폰, 외식쿠폰, 숙박쿠폰, 스포츠쿠폰 등 쿠폰 4종이다.
이 밖에 내·외국인의 국내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관광비행 상품을 활성화한다. 내년에 한해 국내에서 출발해 해외 영공을 선회비행 후 복귀하는 관광비행 상품 이용 시 국내 면세점 이용을 허용한다. 구매·면세한도는 일반 면세점 이용과 동일하다. 반대로 해외에서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비행 상품 이용객에 대해서도 일시착륙 후 출국장면세점 이용을 허용한다.
◇전제는 ‘방역 안정화’
이번 대책들의 주요 전제는 코로나19 방역 안정화다. 이미 정부는 올해 소비쿠폰을 지원했다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8월과 11월 두 차례 발급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 방역이 불안한 상황에서 섣부른 소비 활성화는 코로나19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홍 부총리는 “혹시 방역에 걸림돌이 된다면 아마 소비 진작책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정부로서는 이 경우에 가능한 한 비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소비가 활성화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등 상황에 맞게 방역과 경제 간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선 장기보유 주식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장기 투자유인을 제공한다. 또 만기보유 시 추가 금리·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개인 투자용 국채도 도입한다. 여기에 연기금 등의 국내주식 투자범위 다변화도 추진한다. 기업공개(IPO) 시 일반청약자의 공모주 배정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공모주 배정물량을 확대하고,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이다. 주관사 책임성 제고방안 등 IPO 절차·관행도 정비한다.
더불어 은행권의 자율적 신용대출 관리를 유도하면서 고액 신용대출을 중심 상환능력심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금융기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방식을 차주단위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도 DSR로 단계적으로 대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