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에 못된 손버릇 나오는 남자들

입력 2020-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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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지난달 25일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 20주년을 맞아 터키와 이탈리아, 우루과이,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집회가 있었다. 이번 집회가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그 이유가 있다.

당시 유엔은 코로나19와 실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폭력도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유엔 여성기구 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성의 여성 폭력 역시 전염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한 모든 유형의 폭력이 늘었다. 특히 가정 폭력이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소가 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만 2억4400만 명의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포함한 신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접수된 보고는 11월 기준 이미 지난해를 넘어섰다고 유엔은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정 내에 머물지 않는다. 군부독재와 전제군주 등 남성우월주의의 잔재가 남은 국가들에선 최근 이 오래된 ‘집안 단속’이 잦아졌다.

이는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민주화·사회개혁 운동이 활발해진 탓인데, 정작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물대포와 최루탄이었다. 각국 정부는 방역을 핑계 대며 시위대에 폭력과 과잉 진압을 행사했다.

과거 군사 쿠데타의 장본인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올해 들어 민주화 시위가 확산하자 비상조치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 코로나19 방역이 공식 목적이었으나, 정치적 목적이 크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치를 철회했다. 최근 시위 진압 과정에선 총상을 입은 부상자가 다수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가 발생했던 콜롬비아에선 9월 방역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경찰에게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대규모 시위로 확전됐고, 7명이 총격 등으로 추가 사망했다. 벨라루스에선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경찰의 무기 사용을 허용하면서 과잉 진압의 비난을 받고 있다.

수출이 막히고 내수 경기도 침체된 상황에서 자국민의 불만을 폭력으로 대응하는 일련의 행태는 실업과 소득 감소를 겪는 가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경제 활동과 국가 행정은 남성 위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상황이 위급할수록 개인, 국가 할 것 없이 오래된 나쁜 버릇을 버리고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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