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신용융자잔고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린 데 이어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더해져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18조573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9조4120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 9조1613억 원이었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시가 호황일수록 신용융자잔고도 증가하곤 한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져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겠다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활용은 증시 상승의 유동성 모멘텀이 되기도 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빚을 내 바이오 업종, 테마주, 인버스ETF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신용비율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배송 관련주인 한익스프레스(12.31%), 안철수 테마주로 엮인 써니전자(12.13%), 희토류 테마주인 유니온머티리얼즈(10.17%), 신공항 관련주 영화금속(9.83)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단숨에 2700선을 뚫으면서 하락 베팅도 크게 늘었다.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12.09%),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9.30%) 등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ETF도 신용비율 상위권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비율 상위종목으로는 한국유니온제약(12.51%), 제일바이오(11.89%), 비씨월드제약(10.91%) 등 바이오 기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사용이 급증하면서 다수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를 조절하기 위해 신규 대출업무를 중단하는 추세다. 이달부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신용융자 대출에 문을 잠구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신용공여 한도 준수(자기자본 100%)를 위해 속도조절에 나선 셈이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3분기 증권사 당기순이익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금융감독은 ‘3분기 증권회사 잠정 영업실적’을 통해 국내 증권사의 3분기 누적 수탁수수료는 5조240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1% 급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