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도 중인 '재계 미래 모빌리티 동맹'에 롯데그룹이 가세하면서 사실상 5대 그룹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정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하고 관련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의 기존 K배터리 동맹이; 미래차 신소재까지 분야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정 회장은 연구개발본부 경영진 등과 함께 경기도 의왕에 자리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사업장을 직접 찾았다. 정 회장이 롯데케미칼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 롯데 측에서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등이 현대차 측 인사를 맞았다.
이날 회동과 관련해 "정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기술과 첨단 소재 분야의 협력범위를 5대 그룹으로 확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의왕사업장에서 자동차의 내장재는 물론 의장 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신소재 등을 개발 중이다. 향후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이 될 수 있는 고기능성 소재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정 회장 역시 신소재 관련 전시실을 시작으로 연구동, 디자인센터 등을 둘러봤다.
전기차 배터리 고효율을 위해서는 차량 경량화가 중요해 롯데케미칼의 신소재 개발에 대해 정 회장과 신 회장이 협력방안을 공유하고 관련 사업의 추진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소재 외에 배터리에 대한 롯데의 관심도 지대하다.
롯데는 5대 그룹 가운데 배터리 산업의 외연 확대가 가장 절실한 상태다. 향후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순수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LG와 SK가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한편, 조만간 삼성이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3강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대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롯데의 전략이 이번 회동의 출발점이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롯데는 자동차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일본의 ‘히타치 화학’ 인수전에 참여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력과 설비 능력을 갖춘 히타치 화학을 인수해 변곡점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수전은 일본 '쇼와덴코'에 밀려 실패로 끝났다. 신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5월에는 오히려 실패를 안겼던 쇼와덴코의 지분 약 4.7%를 매입하면서 우회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9월에도 배터리 핵심소재를 생산해온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3000억 원 규모 펀딩도 단행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영토확장을 하기 위해 전사적인 추진력을 동원 중인 셈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해 현재 식음료와 쇼핑, 관광, 레저에 국한된 그룹의 주력 사업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중도 담겨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기차 시대에 맞춰 배터리 수급이 관건으로 떠오른 만큼, 외연의 확장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등을 추진해 왔다. 결국, 이번 회동은 양측의 필요조건이 충족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두고 순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소재와 기술이 절실하다"라며 "공급처를 다양화한다는 것 자체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