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스라엘 현지 매체 왈라를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2일 사우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비밀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요시 코헨 국장과 함께 사우디 홍해의 신도시 네옴에서 왕세자를 만났으며,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그곳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이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주 일요일 밤 이스라엘 수도 텔 아비브에서 이륙한 제트기가 사우디 네옴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조치의 일환이다. 미국은 8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 등과 이스라엘이 수교에 합의하도록 중재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9월 이스라엘과 바레인, UAE 등 3개국이 평화외교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고, 지난달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이스라엘 평화 사절단과 함께 바레인을 방문해 협정과 관련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이뤄진 이번 회담은 외교 관계 수립 및 이란 문제 해결 등과 관련한 실질적인 결실은 없었지만, 양국 최고위급 지도자가 처음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해 걸프 국가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으로 대변되는 사우디 역시 이스라엘에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다. 다만 최근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의 역사적인 만남 소식에 구글은 발 빠르게 사업 기회 포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구글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광통신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해당 작업은 인도와 유럽을 잇는 ‘블루 라만’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구상됐다. 이를 위해선 케이블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오만 등 중동 국가들을 거쳐야 하는데, 여러 국경을 넘나들뿐더러 각 국가의 통신 규제 정책이 다르다는 점이 큰 장애물로 남아있었다.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의 관계 역시 문제였다. 사업 관계자들은 “여러 당국과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구글이 전체 노선을 다시 설계해야 할 문제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로젝트엔 5000만 마일(약 8000만km) 이상의 해저 케이블이 동원되며, 비용만 4억 달러(약 4429억 원)로 추산되고 있다. 구글은 오만 통신회사 오만텔레커뮤니케이션과 이탈리아의 텔레콤이탈리아 등과 협력해 건설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WSJ은 “블루라만 프로젝트는 걸프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에 새로운 외교 및 상업적 관계를 창출할 거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회담에 구글만 웃는 것은 아니다. 국제 광섬유 통신회사인 신투리온(Cinturion)은 현재 유럽에서 이스라엘을 통과해 인도로 이어지는 케이블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아프리카에 2만3000마일의 케이블을 설치하는 ‘2아프리카’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2아프리카 프로젝트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을 추진 중인데,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가 중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