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는 23일 2602.59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24일에는 장중,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2628.52까지 뛰어오르며 신기록을 세웠다. 종가는 2617.76이었다.
시장을 이끄는 마차는 외국인(14거래일 연속 순매수)이다. 바이든 시대 개막과 구체화되는 바이드노믹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감, 원화값 강세 등의 훈풍을 타고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 시장으로 입성하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로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일제히 상승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수급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반도체, 전기차 관련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꺾일 수 있고, 매년 12월 쏟어지는 개인 물량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11월에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1416억 원 순매수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4개월 만에 순매수세로 전환한 것이다. 달러 약세로 신흥국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 속에서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개선세가 외국인의 투자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이익 전망 변화를 보면 신흥국과 글로벌 지수는 아직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9월부터 코스피는 플러스 전환 이후 이익 전망이 빠르게 상향조정되고 있다”면서 “현시점 한국증시의 이익 모멘텀이 글로벌 증시 중 가장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수급은 반도체, 은행, 소재, 산업재 등 경기 민감 주에 집중돼 있다. 한국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선반영 중인 것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실적 가시성이 높고, 경제 활동 회복 수혜가 기대되는 섹터를 사들였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중 내년도 상반기는 반도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자동차와 2차전지 등 전기차 관련 업종, 경기소비재 등에 대한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코스피지수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부담 이야기도 나온다. 2021년 기준으로 코스피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01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로 역사적 고점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상승은 기술의 확산 시기에 관찰되는 ‘구조적 강세장’이라고 말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자동차,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고 대중화되는 시기에 주가가 평균 6년 정도의 강세장을 보였다”면서 “특히 한국 시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2차전지, 위탁생산(CMO),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기술확산과 대중화 사이클로 접어들수록 국내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2월 개인 매물 출회에 따른 하락도 고려해야 한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팀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19년 코스피 월별 상승확률을 분석한 결과 12월 지수 상승률은 40%에 불과하다고 했다. 더군다나 올해 주가 상승으로 상당한 차익을 거둔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12월에 개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
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부채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당면한 리스크는 아니나, 잠재적인 리스크로는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