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S는 9일 배포한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오는 20일 열리는 KB금융지주 임시주총의 제3호(윤순진 사외이사 선임안)·제4호(류영재 사외이사 선임안) 안건과 관련,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유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라며 지난 9월 29일 주주 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사들이다.
KCGS는 보고서에서 "KB금융은 국내 ESG 선도기업이며 우수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으므로 주주 제안에 의한 사외이사 선임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KCGS는 ISS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의결권 자문 전문기관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국내 다수 기관투자자가 KCGS의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주말에는 점유율 약 30%로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가 두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주주 제안에 따른 사외이사 선임은 현재 회사에 큰 문제가 있거나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했을 때 정당성을 갖는데, 현재 회사나 이사회가 그렇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세 자문사 가운데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낸 ISS는 지난 7일 추가 보고서까지 냈다.
ISS는 추가 보고서에서 "KB금융은 대형 상장 금융회사 가운데 최고 성과를 보여주는 회사로, ESG 전문가의 부재가 회사 성과와 주주 환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회사의 ESG 관련 성과가 경쟁사보다 부진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반대 의견을 내면서 오는 20일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우리사주조합은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충분한 찬성표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식화 한 바 있다.
우선 JP모건(6.4%), 싱가포르 투자청(2.47%)을 비롯해 KB금융지주 지분 60%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ISS와 글래스 루이스의 자문 의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앞서 2017년과 2018년에도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두 차례 주총에서 모두 해당 후보들의 선임이 부결됐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양대 글로벌 자문사와 국내 KCGS의 의견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사외이사 후보 추천 이후 우리사주조합은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따르면 두 명의 사외이사 추천에 동의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9월 14∼21일 위임장을 접수한 결과, 주주 제안을 위해 필요한 최소 지분율(0.1%)을 넘는 약 234만주(0.6%)의 주주가 제안에 동의했다. 이는 노조가 주주 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동의율이다.
앞서 조합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당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2019년에는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손해보험에 법률자문을 수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