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바이든 축하하며 '경험'ㆍ'교훈' 언급한 까닭은?

입력 2020-11-09 15:42 수정 2020-11-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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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초기 대북 정책 핵심은 '협상에 의한 관리'...'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도 담은 듯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를 건네면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우리 국민과 함께 축하를 보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새로운 행정부를 준비하는 바이든 당선인 및 주요 인사들과 다방면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상 간의 굳건한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잘 협력해 왔다"며 "미국 민주당 정부는 한국의 민주당 정부와 평화프로세스를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축적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날을 교훈 삼으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더 큰 진전을 이루도록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며 "특히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미간 대화와 북핵 문제 등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양국 민주당 정부간의 '경험'을 언급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기의 대북 정책을 상기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또 '지난 날의 교훈'은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초기 유화책에 가까웠던 대북 정책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진 뒤 '전략적 인내'로 돌아섰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는 집권 후 "북한 지도자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고, 한반도 문제를 '평화프로세스'로 다루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당시 오바마 정부 한반도 전략의 핵심은 '협상에 의한 비핵화 관리'였던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을 멈추지 않자 '전략적 인내'가 시작됐고, '한국 패싱'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반도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런 전례를 볼 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대북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대목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바이든 정부에 대북제재 완화 등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한미 간 튼튼한 공조와 함께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부분도 남북미 3자간 소통과 협력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도 "내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등 트럼프 정부와 마지막까지 협력해 나가겠다"며 "한미 간 현안도 트럼프 정부 임기 안에 해야 할 일은 미루지 않고, 최대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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