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미국 대통령선거의 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개표 막바지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승리로 가고 있다”며 “모든 개표가 끝날 때까지 대선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우리가 대승했는데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며 “국민에 대한 사기 선거”라고 맞섰다.
이번 선거의 향배를 좌우하는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개표에서 트럼프가 우세를 굳힌 가운데 나온 양측의 주장이다. 논란을 빚어온 우편투표의 개표가 지연되면서 최종 결과의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연방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우편투표에 대한 소송을 언급했다.
당분간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하고, 대선 결과에 어느 쪽도 승복하지 않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0년에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대선에서 고어 후보가 오랜 기간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큰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세계 정치와 안보,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증폭될 소지가 크다.
트럼프는 지난 4년 동안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의 기반을 흔들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불을 붙였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 인류 공통의 환경 현안도 외면했다. 세계는 훨씬 혼란스러워졌다. 트럼프 재선은 이런 흐름을 고착화할 것이다. 바이든의 경우 동맹 중시의 외교안보 전략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협력, 규범중심의 통상정책을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차기 대통령이 누구든 미국 국익을 최우선하는 외교와 통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로서는 어느 때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든, 바이든으로의 정권교체든 앞으로의 외교·안보·경제 여건 모두 더 어려워지게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가 시도했던 북한의 비핵화는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만남은 비핵화의 어떤 진전도 가져오지 못했다. 앞으로는 그런 협상의 동력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의 통상정책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다. 패권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의 중국 배제전략은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플러스 등 인도·태평양 전략,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에 한국의 참여를 더 압박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안보와 통상 모두에서 우리의 공간은 좁아질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줄타기식 접근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장 우리에게 급한 것은 미국의 혼란에 따른 안보와 경제 불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일이다. 나아가 우리가 전략적 선택에 직면한 상황을 깊이 고민하고, 대북·대중 정책의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이 중심가치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