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협의체 거부' 자충수 된 의협…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입력 2020-11-03 14:40 수정 2020-11-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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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화 거부' 장기화 시 의정협의체 유지 난망…추가 집단행동도 명분 부족

▲(가칭) 범의료계 특별위원회의 공동위원장 및 부위원장, 간사는 지난달 24일 대한의사협회 회장실에서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열어 상임(대표)위원장 호선에 관한 의견교환과 함께 위원회 명칭 및 세부 조직구성방안, 운영규정 마련 등에 관한 큰 틀의 협의를 마쳤다. (사진=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 제공). (뉴시스)
▲(가칭) 범의료계 특별위원회의 공동위원장 및 부위원장, 간사는 지난달 24일 대한의사협회 회장실에서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열어 상임(대표)위원장 호선에 관한 의견교환과 함께 위원회 명칭 및 세부 조직구성방안, 운영규정 마련 등에 관한 큰 틀의 협의를 마쳤다. (사진=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 제공). (뉴시스)

대한의사협회가 자충수에 걸려든 모습이다.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불발에 반발해 단체행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의정협의체 거부로 맞불을 놨지만, 정부·여당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협의체 불참이 길어질수록 정부를 상대로 한 독점적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보건의약단체 실무협의체’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로 확대·개편하고, 지난주 개편된 협의체에서 첫 회의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3일 “기존 의정협의체와는 별개의 기구로,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 면허와 의료광고 등 제도 개선사항을 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립 등 의정협의체에서 논의가 예정된 현안들은 이 협의체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의정협의체 공전으로 해당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면, 결국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의협은 정부에 의사 국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면서 “향후 이로 인해 벌어질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정부 측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의정협의체에 불참하기로 했다. 의협의 의정협의체 불참 장기화로 의정협의체의 기능을 보건의료발전협의체가 대신하게 된다면, 의협의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자충수가 된다.

여당의 입장도 강고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조건(의대생 구제)을 선결조건으로 이야기하고, 이것이 안되면 의정협의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합의 자체의 정신을 애초부터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은 의협에 더 부정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합니다’ 등의 청원이 접수됐고, 해당 청원에는 각각 20만 명 넘는 국민이 참여한 상태다.

복지부는 의협의 주장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협이 쉽사리 단체행동에 나서거나 의정협의체 거부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큰 방향에서는 (의정이) 서로 합의를 했고, 국민이 그동안 보여준 의견이 있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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