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 3분기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따른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산업부는 DB하이텍의 요청을 받고, 국내 팹리스 업체들과 회의를 열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산업부는 DB하이텍 공장 증설이 이뤄지면 팹리스 업체들에도 이득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국내 파운드리가 산업부와 논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DB하이텍의 투자 결정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정부의 지원이 가능하다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가 맡긴 설계대로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이 부각하면서 각양각색의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높아졌고, 이를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주로 만든다.
DB하이텍 공장은 작년 4월부터 현재까지 1년 반 넘게 연속 가동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수주 잔량(수주한 물량 가운데 생산하지 못한 물량)은 현재 설비 기준으로 최소 반년 치가 넘는다.
최근에는 호재도 겹쳤다. 지난 9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 파운드리 전문 기업인 SMIC에 제재를 가한다고 밝히면서, 해당 물량이 DB하이텍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산업의 성장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다.
업계에선 DB하이텍에 물량을 맡기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DB하이텍이 중화권 물량을 늘리면서, 일부 국내 팹리스 업체는 기존 물량도 줄이고 있다.
이 회사 상반기 매출은 4675억 원, 영업이익은 1418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5%, 98%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30%로 594개 상장사 가운데 셀트리온, 엔씨소프트에 이어 3위이다. 올해에는 지난해 기록을 경신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된다.
DB하이텍이 고공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대규모 증설 카드가 불가피하다. 회사는 장기 호황에 대비해 회사는 기존 8인치 웨이퍼 라인을 점진적으로 늘리거나,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새롭게 건설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향후 발전 가능성과 투자의 합리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장 증설에는 대략 1조~2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탓에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정책자금 등 정부 지원 여부가 공장 증설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