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총수이자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로 키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5시 별세했다. 삼성그룹주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를 빠른시기에 탄탄히 하고, 그룹내 혼란을 최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경영권 승계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편주로는 삼성전자·삼성생명ㆍ삼성물산 등이 꼽힌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 6개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감 몰아주기 상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71.9%)와 삼성자산운용(100%),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99.8%), 삼성생명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100%), 삼성SRA자산운용(100%)을 자회사 형태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상장회사, 그 회사가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내부거래 감시를 받는다. 삼성생명은 현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 20.8%를 보유해 법안 통과시 감시 대상이 된다.
이번 개정안은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약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 지분(20.8%) 중 일부를 매각할 경우, 삼성생명뿐 아니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까지 약화하는 구조다.
역대 주식시장의 사례를 봐도 ‘오너리스크’에 일부 단기적 반응은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었다. 이 또한 총수 부재나 사법처리가 곧 회사 차원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다만 계열사별로는 실적과 같은 펀더멘탈이나 주주환원책에 반응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 회장의 별세로 계열사간 지분 정리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어떤 계열사가 수혜를 볼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향이나 영향은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