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외부비용은 이미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젠 ‘부채’라는 실체로 국가와 기업 재무제표에 들어갈 날만 앞두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탈 석탄을 촉구했다.
지난 21일 양이원영 의원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함께 ‘2020 한국 석탄 금융백서’를 발간했다. 그동안 한국 석탄 금융 시장 규모는 주요 공적 금융기관 대상으로 발간된 보고서나 언론 보도에 의존해 추정했을 뿐 민간 시장까지 전수 조사한 적은 없었다.
그는 최근 10여 년간의 한국 석탄 금융 현황을 파악하면서 ‘석탄중독’ 한국의 민낯을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석탄발전소 하나를 건설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석탄 금융’ 은 석탄발전소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회사채 인수, 보험지원 등 금융 서비스 지원 등을 의미한다.
‘2020년 한국 석탄 금융백서’에 따르면, 2009~2020년 6월 사이 국내 162개 금융기관이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60조 원 규모다. 특히 해외 석탄발전 사업 투자 금액 10조7000억 원 중 92%는 공적 금융기관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들이 있었다.
이어 “이번 전수조사는 공적ㆍ민간금융의 시장 규모를 확인하는 기점이 됐다”며 “이제는 탈 석탄 향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주무부처가 걸어온 석탄 행보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 각국 정부에선 석탄발전 산업을 비경제성과 환경적 이유로 내쫓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 주무부처는 나선다는 지적이다. 또 ‘팀 코리아’를 명분으로 공적 금융기관이 민간 기업의 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 진출을 위한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학문 속 시장은 수요와 공급 등 온갖 가정이 채워진 가상의 공간이다. 결국, 경제는 시장 실패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현실과 시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여전히 석탄발전 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일은 기후변화 같은 외부요인을 고려하지 못한 ‘책상 경제’에 그친다”며 “공적 금융 역시 관료적 판단이 아닌 외부 변화에 민감한 시장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해외 주요국은 자국의 석탄발전소 조기폐쇄뿐만 아니라,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금융지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며 “영국, 독일 등은 각국의 개발은행이 석탄발전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다자개발은행을 통해서도 지원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최근 KB금융그룹이 금융지주사 최초로 탈 석탄 선언에 나서는 등 민간 시장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 탈 석탄을 시장 생존 문제로 인식한 변화”라고 해석했다.
이어 “녹색 자본이 재생에너지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