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사용했다는 카드...해당 음식점 밤 10시면 문닫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업무추진비(업추비)를 기획재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방만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위직 공직자들이 사용 목적, 시간대, 장소 등을 허위 보고하며 한 번에 수백만원 이상 사용한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올해 61억6500만 원을 포함해, 지난 5년간 264억8400만원을 업추비 예산으로 편성했다.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의 업무추진비 카드 한도는 설정돼있지 않다.
2016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상임위원, 사무총장(국무위원급), 사무차장(차관급)과 실·국장 등 16개 임원직이 사용한 건수는 2911건, 총액은 약 6억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 중 차관급 이상인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건수는 842건, 사용액은 약 2억4000만원인이었다. 위원장과 다른 위원들은 비상임으로 공식적으로 업추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이들 의원들은 업추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과 정부부처의 통상적인 관행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의 지침에 따르면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 △업무를 위해 주류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업종에 등에서 사용하는 경우 이유와 불가피성을 입증해야 한다.
선관위가 업추비를 공휴일과 주말에 사용한 건수는 총 191건, 금액은 약 3800만원에 달했다. 건수로는 기획국장(33건)이, 사용금액은 사무총장(약 1285만 원)이 가장 많았다.
근무지 외 사용 건수는 상임위원이 181건, 사무총장이 286건, 사무차장이 211건으로 총 1000건이 넘었으며, 금액은 3억 원을 훌쩍 초과했다.
밤 10시부터 오전 8시 전까지 사용한 건수는 129건, 금액은 약 2748만원이다. 기재부 지침은 23시 이후지만, 공무원들이 관례적으로 업추비 카드를 사용하는 마지노선인 22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또 주류 판매점(이자카야 등)을 기타 일반 음식점업으로 표기한 사례도 있다.
아울러 선관위는 업추비 50만 원 이상 사용할 경우, 소속 및 성명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지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건수는 155건, 금액은 약 1억 3300만원이었다. 한 번에 사용한 최고금액은 2백19만3000원, 100만원 이상 사용한 건수는 38건(약 5500만원)이었다.
이외에도 선관위 고위직 공직자가 허위 보고한 사례도 있었다.
이 공직자는 새벽 1시26분 서울 서초구 소재 A음식점에서 ‘위원회 주요업무 설명 및 협조요청 업무협의회’ 명목으로 업추비 사용내역을 제출했지만, 이 음식점은 밤 10시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비슷한 시간대에 충남 천안, 경기 수원, 서울 서초구에서 같은 카드로 연속 결제가 된 사례도 발견됐다.
박 의원은 “선관위가 업추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방만한 사용과 허술한 관리로 인한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관리하는 이곳은 최고의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헌법기관”이라며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세부지침과 개혁방안을 마련하여 방만한 운용을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