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우려보단 나을 수 있지만 정확한 수익 예측 어려워
유럽·미국서 코로나19 재확산…각국 봉쇄 강화시 또 ‘패닉장’ 우려
미국발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대선과 3분기 어닝시즌을 앞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2020년의 마지막 분기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미국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돌발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현재 윌터 리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 등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몸 상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쯤 완전히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그가 코로나19에서 회복이 되든 안 되든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의 증상이 가볍고 빠르게 회복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더 경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의 치명성을 과소평가하고,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기의 일종’이라거나 “미국에서는 매해 감기로 몇만 명이 죽는다”는 등 전염병의 위험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실내 유세를 강행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증상이 악화할 경우에는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월가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우호적일 것이라고 평가해 온 만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면 포지션의 조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트럼프가 74세의 고령인 데다 비만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큼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만약 증세가 악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수정헌법 25조 3항에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한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원에도 권한 이양은 절대 없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대장 내시경 검사에 앞서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에도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정도로 이를 꺼리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5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조지 H. W. 부시 부통령에게 약 8시간 정도 권력을 이양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002년과 2007년 같은 이유로 딕 체니 부통령에게 권한을 일시 이양했다.
3분기 어닝시즌(기업 실적발표 기간)이라는 이벤트도 연말 증시 추세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3분기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S&P500 종목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레피니티브는 S&P500 구성 종목의 순익이 전년보다 2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고, 팩트셋 역시 21.8%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산업, 자유소비재 분야 등을 필두로 11개 업종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최근 들어 당초 우려보다는 결과가 양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는 있지만,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팩트셋에 따르면 3분기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를 제시한 S&P500 기업은 67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5년 평균인 104개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정확한 수익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변동성을 상쇄시키기 위한 ‘코로나19 방어주’가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이밖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유행도 안심할 수 없는 불안 요소다. 최근 스페인 중앙정부는 수도 마드리드에 이동제한 등 강력한 봉쇄조치 도입을 명령했고, 이탈리아에서는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개월 만에 2000명을 넘어섰다. 미국 또한 24개 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는 등 좀처럼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다시 맹위를 떨치면서 각국의 봉쇄가 강화하면 세계 경제의 조기 정상화는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되고, 금융시장은 또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설상가상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기존 호흡기 질환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