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터넷 서버에 주소를 두고 운영되는 '제 2 n번 방' 등의 디지털 성범죄 유발 사이트가 더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법체계가 미흡하거나 국제사법 공조 등 강력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 규제 강화는 물론 국제 공조 확대와 디지털 성범죄 전담 인력 확충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심위 디지털 성범죄심의지원단에서 심의한 6만8172건 중 '시정조치'로 이어진 것은 6만7939건이다.
문제는 시정조치가 이뤄진 방식인데, 디지털 성범죄를 원천 차단하는 데 유의미한 '삭제조치'가 이뤄진 것은 국내에 서버가 있는 148건에 불과했고, 해외서버에 있는 6만7791건은 국내에서 접속을 차단하는 데 그쳤다.
허 의원은 "국내에서 접속차단 조치를 해도 해외서버에는 여전히 해당 성범죄물이 유통되고 있어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국제화ㆍ지능화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해외서버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해외사업자는 국내법 규제를 받지 않아 수사기관 국제 공조 등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 등이 디지털 성범죄 국제공조에 인력과 행정적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 신고접수 및 심의지원 전문 인력은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법죄 대응팀이 3인 4개조로 일일 2교대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업무 부담은 점점 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이 출범한 2018년 이후 심의 건수는 2018년 1만7486건에서 2019년 2만5992건으로 많이 증가했고, 2020년 8월 기준으로는 벌써 2만4694건에 육박한다.
허 의원은 "디지털 범죄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성범죄물이 유통ㆍ확산되지 않기 위한 인력ㆍ예산 확보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기술적으로 지능화되고, 범죄 수법도 악랄해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차단하고, 뿌리 뽑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