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111쪽짜리 보고서를 내고 임상 시험 조기 중단과 승인 신청 기준 등 자세한 임상시험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목표는 50% 효능을 가진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이 위약과 비교해 50% 이상의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허가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목표는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낮은 기준치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자사가 개발한 백신이 70% 효능을 보이면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 관계자는 60%의 백신 효능이 나오면 조기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조기 분석 횟수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다른 두 경쟁자에 비해 엄격하다. 50%의 백신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 시험 참가자 중 15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7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백신 효능에 관해 조기 분석을 수행할 계획이다. 조기 분석 결과 백신의 효능이 50% 이상으로 밝혀지면 임상 시험을 중단하고 백신 출시를 위한 승인 절차를 밟는다. 만약 조기 분석 단계에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으면 150명 이상이 감염될 때 분석을 다시 한다.
모더나는 5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첫 번째 조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10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중간 분석을 다시 수행한다. 총 두 번의 조기 분석 절차를 둔 것이다. 모더나의 첫 번째 초기 분석 결과는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화이자는 32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첫 번째 조기 분석에 착수했다. 여기에서 76.9%의 효능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 중간 분석 기준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릭 토폴 스크립스연구소 박사는 “화이자의 분석 절차는 총 4번으로,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보다 덜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토폴 박사는 모더나, 화이자의 청사진과 마찬가지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청사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코로나19 사례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아 백신이 중증에 사용될지, 경증에 사용될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번 청사진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을 일시 중단하게 만들었던 부작용 사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를 달리는 세 업체가 이례적으로 임상 시험 청사진을 공개한 데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이 영향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11월 대통령 선거 전까지 백신 출시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백신 출시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이 되레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일반적으로 청사진은 기밀 유지와 무결성 유지의 중요성 때문에 공유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