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당 평균 자동차 보유 대수(이륜차 제외)가 한 대를 넘어선 것은 2009년부터다.
상용차와 화물차 등을 포함한 보유 대수지만 이 무렵부터 중산층 가정부터 세컨드 카를 하나둘 보유하기 시작했다.
초기 세컨드 카 시장은 경차에 점철됐다. 아빠가 퍼스트 자동차를 운전하고 출근하면 자녀를 태우거나 장보기에 필요한 용도로 경차는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경차의 거머쥔 세컨드카 시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의 안전기준 강화로 인해 에어백과 ABS 등 갖가지 안전장비를 기본으로 갖춰야 했다.
가볍고 단순하며 뛰어난 연비로 경제성에 치중한 경차는 이때부터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1000㏄ 미만의 경차에 옵션 몇 가지를 추가하면 소형차는 물론, 준중형차에 맞먹는 견적서를 받기도 했다. 이 무렵부터 경차에 대한 인기를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경차가 놓친 세컨드 카 수요는 고스란히 B세그먼트(소형) SUV로 옮겨갔다.
현대차 엑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등이 경쟁하던 1300~1600㏄급 소형차 시장은 사라졌고, 이를 대신해 소형 SUV가 속속 등장했다. 엔진과 변속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차 못지않은 연비를 뽑아내면서 인기를 끌었다.
결국, 큰 차를 좋아하는 선호도가 확산하고 SUV 인기에 힘입어 소형 SUV는 빠르게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소형 SUV와 경차(상용차 제외) 판매는 각각 2만8559대와 19만3979대를 기록했다. 소형 SUV 판매는 경차의 15% 수준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반전은 3년 만인 2017년 시작했다. 소형 SUV 판매(14만359대)가 경차(14만7465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쌍용차 티볼리와 현대차 코나 등이 잇따라 SUV 시장을 확대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도 기록했다.
2018년 판매는 소형 SUV가 경차를 크게 앞질렀고, 지난해 경차 판매(12만2861대)는 소형 SUV(17만8710대)의 68% 수준에 머물렀다.
1991년 국민차(티코)에서 시작한 경차의 역사는 세컨드 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으나 이제 소형 SUV에게 이 자리를 내주며 시장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