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를 기해 발효되는 미국의 대화웨이 제재로 한국과 일본, 대만 등 3개국 기업이 약 2조8000억 엔(약 31조 원) 규모의 피해 위험에 노출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이들 3개국 반도체 기업의 핵심 고객사인데, 당장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 대체 고객을 찾지 않는 이상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의미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와 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외국산 반도체라도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사실상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기지국 생산 부품 조달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사실상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화웨이뿐 아니라 글로벌 산업계에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는 불가결한데, 미국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0%로 압도적이다. 여기다 대부분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서는 미국산 EDA와 함께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조장치를 사용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의 점유율은 52%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3개국 중 타격이 가장 큰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기업들의 부품 공급에서 화웨이 비중은 30%에 이른다. 특히 소니 이미지센서는 화웨이 의존도가 수천억 엔 규모로 상당히 커서 고민이 크다. 소니는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 대한 이미지센서 수출 허가 신청을 검토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업에 대해선 수출 허용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SK하이닉스에게도 화웨이는 큰 고객이다. 이에 SK는 수출 허가 신청을 포함해 대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인 미디어텍은 이미 신청을 했다고 한다. 미디어텍은 화웨이와의 거래액이 약 500억 엔에 달한다. TSMC는 올해 화웨이에 약 6000억 엔 어치를 납품한 만큼 대응이 주목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부 기업은 거래가 아예 금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 대체 고객사를 찾고 있다.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한 납품을 늘리고 있다.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 1위로 올라섰다. 이동통신 기지국에서도 화웨이의 점유율은 30%를 넘어 역시 최고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