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밥그릇 지키기

입력 2020-09-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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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욱 산업부 기자

"현대차 상담받았는데 직영점이라 그런지 아무 혜택이 없네요. 혜택 많이 주는 영맨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려요".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현대ㆍ기아차를 구매하려는 이들은 어느 ‘영맨ㆍ영걸(영업사원)’에게 가야 더 많은 할인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찾아다닌다.

영업사원마다 왜 서비스에 차이가 있을까. 판매 영업소가 직영점과 대리점으로 이원화된 영향이 크다. 길을 걷다 현대차 전시장이 보인다면 간판을 살펴보자. ‘OO 지점’ 혹은 ‘OO 대리점’이라는 표시가 있을 것이다. 지점에서 근무하는 사원은 현대차에 소속된 정직원이지만, 대리점에서 일하는 사원은 비정규직이다.

대리점에 소속된 사원은 기본급 없이 차를 판매한 만큼 돈을 번다. 2000만 원짜리 차를 한 대 팔면 약 100만 원이 사원에게 주어진다고 한다. 이 중 30%가량은 대리점주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70%의 일부도 선팅이나 블랙박스 등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지출해야 한다. 판매 건수가 수익에 비례하는 만큼,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줄이기도 어렵다.

대리점에 소속된 사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까지 확보했다.

최근 ‘밥그릇’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렸다. 의사들이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에 나서자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이, 임금교섭에 나선 자동차 업계 노조를 향해서도 “저러다 밥그릇이 깨져봐야 정신 차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밥그릇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의 성취, 사회생활, 사명감 등 일을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중에서도 '경제적 이익'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무언가를 더 요구하려는 목소리 자체를 '밥그릇 싸움'으로 깎아내리며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요구가 타당한지 살펴보며 논의할 기회는 사라져버린다.

영업사원들을 향해서도 '밥그릇 지키기'를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비난 이전에 그들의 상황을 먼저 들여다볼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소비자가 받는 '더 많은 혜택'은 누군가가 손해를 감수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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