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에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결단이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축영업으로 점심 시간에 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직원 간 교대근무와 겹치면서 은행 내부의 대기 공간은 한순간에 북적였다. 체온을 재지 않고 들어오거나 마스크를 내려도 제재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31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자조합은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발맞춰 1일부터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은행은 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는 6일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문을 연다. 다만 시행 1일은 시행 첫날임을 고려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영업했다. 단축 영업의 이유에 대해 금융 노조는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와 금융 소비자, 노동자의 감염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행 첫날 이투데이가 직접 시중 은행들을 방문한 결과 단축 근무를 시행했지만, 코로나 19 감염 위험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말뿐인 ‘마스크 착용 권고’= 상황은 근처 B은행도 비슷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은행 창구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자 대기 고객들은 점차 늘어났다. 1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엔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10여 명이 앉았다. 한정된 대기 공간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해도 은행 측에서는 어떤 안내도 없었다. 한 고객이 마스크가 답답한 듯 마스크를 내린 채 대기했지만, 은행 측에서는 어떤 제지도 없었다. 은행 문 앞에 안내된 ‘영업적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는 말이 무색했다.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다가 안에선 벗으면 돼 은행에 들어올 때만 마스크를 쓰면 되는 셈이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의 마스크착용 규정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은행을 찾은 한 60대 고객은 “오기 전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고객은 “핸드폰으로 하지 못해(모바일 뱅킹을 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은행 지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1시간 축소 영업과 관련해 “고객이 일찍 나가든 하는 일은 똑같다”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을 연 직후인 오전 시간이 가장 한산하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줄인 영업시간(오전 9시~오전 9시 30분)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기수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게 하고 고객 간의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무증상 감염자가 은행을 찾아 일행과 대화를 나눈다면 “해당 고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매개체 감염(간접 감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