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인구 1000만 시대에 발맞춰 반려견 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려인에게 꼭 필요한 물품 중 하나인 배변 처리 용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다양한 용품 중 편리성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있다. 강아지의 배변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도그토토’의 제품이 그 주인공이다.
노주환 도그토토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법무법인으로 출근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당시 우연한 기회로 시츄를 기르게 됐고, 6개월쯤 뒤부터 ‘냄새 걱정 없이 배변을 처리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겨울에는 난방 문제로 환기를 자주 할 수 없어 집에 소변 냄새가 진동한 탓이었다.
노 대표는 “100만 원이 들더라도 자동으로 강아지의 배변을 처리하는 용품이 있으면 사려고 수소문했다”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온갖 사이트를 뒤져도 쓸 만한 제품이 없었다”고 했다.
이후 꼬박 한 달을 고민한 노 대표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기 위해 2011년 5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창업에 나섰다.
창업 10년째인 올해 노 대표는 네 번째 모델인 ‘해피루’를 지난달 출시했다. 앞서 개발한 세 개의 모델보다 판매가를 더 낮추고, 편의성은 높인 게 특징이다. 노 대표는 이 제품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피루는 강아지가 배변을 보면 물통에 있는 물이 분사돼 배변판을 세척하고, 배변이 오수통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매회 세척 때마다 1L의 물이 사용돼 한 번에 10L의 물을 담으면 10회 사용할 수 있다.
노 대표는 일반적으로 반려인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배변 패드와 달리 해피루가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기존에 시장에 나와 있는 배변 처리 용품보다 강아지가 더 편안하게 느낀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는 “강아지는 먹는 곳과 싸는 곳이 3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배변판에서 간식이 나오는 타사 제품들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피루는 인간의 욕심대로 만든 것이 아닌, 강아지의 눈높이에 맞춰 오직 강아지만을 위한 획기적인 친환경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강아지 배변판으로 특허 출원도 마쳤다. 2016년 국내에서 모듈식 애완동물용 청소장치로 특허가 등록됐고, 2018년 3월 국제 특허인 PCT 출원을 해 올해 1월과 7월에 미국과 일본에 각각 특허가 등록됐다.
그는 창업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제품의 대중화는 장기레이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네 번째 제품에서야 비로소 완전한 대중화를 이룬 노 대표 스스로 절감한 점이기도 하다.
그는 “첫 번째 제품으로 시장 진출을 해도 새로운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어 대부분 실패로 끝나곤 한다”며 “그런 과정이 최소 두 번 정도 더 경험한 뒤 원가 절감과 생산성까지 고려한 제품이 탄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표 역시 그런 과정을 겪었고, 실패 경험을 거름 삼아 ‘해피루’를 만들 수 있었다.
노 대표는 9년 전 첫 번째 배변판 생산에 수억 원을 들여 2000대의 제품을 만들어 놨다. 그러나 제품은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였고, 그는 아파트까지 팔며 전 재산을 탕진하다시피 했다. 2차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의 R&D 자금을 지원받고자 했으나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번번이 서류 심사에서 막혔다.
그는 “2년간 3번이나 심사에서 떨어져 폐업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며 “이후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각각 1억 원씩을 저금리로 대출받긴 했지만, 제품 개발에 관한 지원금은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보와 중진공의 대출 지원을 받으며 2011년 창업한 (주)나이스뽀삐를 폐업 신고하고, 지금의 도그토토로 재창업했다.
어렵게 재창업해 올해 신제품도 내놓은 만큼 올해 국제 박람회 등에 참여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유사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가 많이 나올 수 있겠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기술력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노 대표는 “눈물, 땀 냄새 없는 신제품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배변 패드 쓰레기를 없애주는 해피루가 지구 환경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