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전 세계 중앙은행 수장과 경제학자 등 경제 엘리트들이 총집결한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일명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안정 목표제를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잭슨홀 미팅은 화상으로 열렸다. 이에 대중도 그동안 비공개였던 잭슨홀 미팅을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됐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이날 성명을 통해 평균물가안정 목표제 채택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새로운 정책 지침은 장기간에 걸쳐 평균 2%의 물가상승률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물가가 계속해서 2% 목표치를 밑도는 경우 일정 기간은 2%가 넘는 것이 허용된다.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웃돌더라도 연준이 개입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번 발표는 연준이 사실상 ‘제로금리 장기화’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의 물가 상승률은 쉽게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은 2012년부터 2%의 물가 상승률을 공식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밑도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가장 최근 물가상승률 2%를 달성했던 시점도 2018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이에 따라 미국 언론들도 앞으로 연준이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의장과 동료들이 지금보다 더 오랜 기간 지속될 저금리 시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CNBC 방송은 향후 실업률이 하락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면 실제 인플레이션도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강하게 경계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5년 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말 2.2%까지 떨어져 통계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과 가계가 앞으로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임금인상이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일본처럼 물가가 만성적으로 오르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
이번 연준의 정책 변화는 이처럼 물가가 만성적으로 오르지 않는 ‘일본화(化)’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정책 변경의 기저에는 고물가보다는 과하게 낮은 물가가 경제에 더 해롭다는 인식이 깔렸다. 파월 의장 자신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준이 물가 상승을 원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직관과는 반대되는 일”이라면서 “하지만 지속적으로 너무 낮은 물가는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한 금융완화의 구체적 방법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번 연준의 고육지책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 목표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융완화가 길어지면 달러 약세 등에 따라 각국의 환율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BOC) 총재는 이날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책의 국민 논의를 개시한다”며 “내년에 금융정책의 틀을 재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