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ㆍ9개 상임위 일정 연기…화상회의 시스템 10월에나 구축
'비대면 국회' 법안 논의조차 못해…정치권 격리 속출땐 '입법 패닉'
국회가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시설 폐쇄되면서 여야의 정치 일정이 올스톱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까지 확진자와 직간접 접촉해, 9월 열리는 정기국회 의사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자가격리되는 주요 인사가 속출할 경우 입법부 마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방역 당국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언론사 기자의 주요 동선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벌였다. 해당 확진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람은 60여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회의에는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정책위의장, 박광온, 남인순, 이형석 최고위원, 윤관석, 김영진, 진성준 의원 등 지도부 대부분이 참석했다. 추가 감염 우려가 가장 큰 민주당은 27일 예정된 정책조정회의를 취소했다. 이날 예정됐던 법사위, 기재위, 외통위 등 9개 상임위의 결산심사 일정이 모두 연기됐다. 내달 1일 예정된 정기국회 개회식, 결산안 의결을 위한 4일 본회의 등은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국정감사는 종전보다 이틀 늦춘 10월 7일부터 3주간 진행된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전날 최고위 후 박병석 국회의장,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과 회동한 까닭에 N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장 29일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도 역대급 최소 규모를 예고했다가,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 처음으로 온라인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참석 인원을 9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후보자들은 별도 회의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해당 순서에만 무대에 나오는 식이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실내 집합 제한 인원이 50명으로 한정된 만큼 당일 현장에는 총 47명이 참석할 계획이다. 이해찬 대표 등 현 지도부, 자가 격리 중인 이낙연 당 대표 후보자를 제외한 차기 지도부 후보자, 실무 지원 인력과 풀 기자단 등이 포함됐다. 김부겸 후보는 한 라디오에서 “말 그대로 전당대회는 아니고 대표자들이 모이는 대회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박주민 후보 역시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경선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내달 1∼2일 상임전국위 등 일정도 국회 상황에 맞춰 다시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의당과 국민의 당도 아침 회의를 서면으로 대체했다. 의원회관의 국회 보좌진도 재택근무나 지역 사무실 근무 등으로 전환했다.
비대면 국회로 전환하기엔 당장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로서 국회 업무시스템은 원격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 입법부 마비 가능성도 점쳐진다. 허은아 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국회 주요 업무시스템 중 국회메일과 행정부 자료요구만 원격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법안발의시스템’, ‘입법지원 시스템’, ‘비용추계시스템’은 외부에서 접속할 수 없다. 코로나19 관련 비대면 국회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지만, 9월 정기국회가 시작돼야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사무처가 진행 중인 상임위 회의나 본회의, 의원총회를 위한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역시 오는 10월에야 구축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확진자 발생 이후 TF를 소집해 대응해 국회 사무총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회재난대책본부로 컨트롤타워를 격상해 대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