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그린뉴딜에 그린이 안 보인다

입력 2020-08-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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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K임팩트금융 대표

연초부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들이닥친 전대미문의 폭우와 물난리. 두 가지 재난이 한꺼번에 몰려와 어려운 국민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떠한 재앙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지 예측조차 어렵다. 이는 우리에게 맡겨진 자연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초래한 결과이다.

지난 7월에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중 하나인 그린뉴딜은 도시공간 생활인프라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하여 그린경제로 전환하고 녹색기반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73.4조 원의 투자를 통해서 65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 안에 그린의 중심이 될 산림에 대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녹색 생활환경과 관련하여 도심 내 녹지공간 조성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산림은 우리 사회의 최대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산림은 다양한 경제적인 가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필요한 휴양과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 낸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잘 가꾸어진 숲에서 나온다. 산림이 가지는 환경과 공익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한국전쟁, 이후의 가난을 경험하면서 완전히 파괴되었던 우리의 산림은 1970년대 이후의 산림녹화정책으로 제법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전 국토의 3분의 2나 차지하는 산에서 나오는 경제적 가치는 매우 미미하다. 그렇게 숲이 울창한데도 목재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산림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의 임업산업의 생산규모는 연간 48조 원에 불과하다. 산림분야의 일자리 수는 4만 개가 채 되지 않는다. 임업을 전공으로 두고 있는 대학도 별로 없지만 이들이 졸업을 해도 갈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산림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숲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건강한 숲을 만들고 적극적인 경영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산의 나무들은 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림한 나무들이 많아서 노령화로 인해 탄소흡수력이 점차 감소되고 있다.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나무를 간벌하고 경제성이 많은 나무로 수종개량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푸른 숲을 넘어서서 더 건강하고 경제적인 숲을 만들기 위하여 관리를 해줄 단계에 이르렀다. 간벌, 수종갱신, 임도건설 등을 통하여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숲을 활용한 많은 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 운송, 목재가공, 숲을 활용하는 여가산업, 에너지 등 많은 연관 산업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여야 한다.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경영한다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보는 숲에서 경영하는 숲의 개념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선도적인 사회로 전환하면서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대책이다. 이와 아울러 그린의 근간이 되는 산림에 대한 정책이 뉴딜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대체에너지를 만드는 것 이전에 지속가능한 그린의 근원적인 가치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얼마 전 광복절 축사에서 언급한 남북 간 산림협력은 우리의 성공사례를 전제로 한다.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 정권의 기간이 아닌 세대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산림에 대한 정책이 아쉽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산림뉴딜은 고작 5년 만에 수명을 다하는 정권의 관점이 아닌 백년대계의 정신을 가지고 이어나가야 할 국가적인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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