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정경제 3개 법안(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에 대한 정부의 입법화 재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해당 법안이 과잉 규제라며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재검토 목소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고 기존 안대로 밀어붙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해당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공정경제 3개 법안 관련 입장문을 내고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출된 경제계 공동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통과돼 경제계는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경제 3법 중 상법·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근간을 규율하는 법률로서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불러온다”며 “법안에 담긴 이사 선임과 같은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 간 거래 위축 등 경영 부담을 대폭 가중시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의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달 19~20일 법무부와 공정위에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초 해당 법안이 제출된 지난 20대 국회 때에도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공정경제 3개 법안 내용 가운데 재계가 줄곧 재검토를 요구해온 법안 내용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상장사 지분율 20% 일원화), 지주회사의 지분율 요건 강화(상장사 30%·비상장사 50%로 상향),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다.
먼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마련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뽑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도입에 대해 재계는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들이 법적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는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권 요건을 토대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 등이 가능해져 경영권 침탈이나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담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거래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제 순응을 위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경우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는 시그널로 인식돼 주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해 소수 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 강화에 대해서는 일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지분매입 비용이 증가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또 전속고발권 폐지 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ㆍ검찰의 중복조사 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재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악화 속에 이들 법안이 통과·시행되면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 저해 등으로 국가 경제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키고, 결국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규제 부담 대폭 완화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