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직장에서 퇴직한 이승현 씨(57)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되려면 아직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터라 은행예금을 헐어 생활비를 보태야 할 형편이다. 이씨는 이런저런 궁리 끝에 퇴직금 중 1억원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에 넣었다. 공모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 간접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씨는 “기관이 대신 물량을 받기 때문에 어느정도 공모주 투자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펀드 운용성과가 좋으면 원금도 불어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 대흥행 이후,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로 향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1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될 예정이며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로 유명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9~10월 IPO에 나선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일반 공모주펀드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이하 코벤펀드) 등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4일 기준 일반 공모주펀드와 하이일드펀드에 최근 3개월간 각각 1조588억 원, 3008억 원이 유입됐다. 코스닥벤처펀드에는 1446억 원이 몰렸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8조898억 원이 유출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초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한차례 수그러들었음에도 최근 한 달 사이에만 3종류의 펀드에 총 6000억 원 넘는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공모주 우선 배정이라는 정책적 혜택이 올해 12월 31일 폐지되지만 3개월 새 3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대개 전체 공모주 물량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고 80%는 일반공모를 통해 물량이 풀린다. 일반 공모 물량인 80%는 다시 개인(20%)과 기관(60%)으로 나뉘어 배분되는데 기관 물량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코벤펀드와 하이일드 펀드가 각각 30%, 10%를 우선 배정 받는다. 두 펀드는 정책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 및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투자자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일반 공모주펀드는 우선 배정 혜택이 없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에 관심이 쏠리면서 물량이 우선배정되는 공모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코벤펀드의 경우 올해 말까지 가입해 세제 혜택 요건(3년간 계좌유지)을 충족하면 소득공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어 공모주 간접 투자 전략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세 종류 펀드 모두 공모주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우선 배정 요건과 투자전략이 다르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공모주펀드는 자산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다가 기업의 신규 상장이 있을 때 포트폴리오 자산의 최대 30%를 투자해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한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코넥스 주식을 30~45%가량을 편입해야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게 된다. 코벤펀드의 경우 코스닥 상장기업·벤처기업의 신규발행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을 일정 비율 이상 편입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우선주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공모주 배정 요건과 투자전략 등이 다르다 보니 이들 펀드의 수익률도 편차가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일반 공모주펀드와 하이일드 펀드 수익률은 각각 3.32, 3.93%다. 코스닥벤처펀드는 15.23%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 가지 펀드 모두 우량 공모주 투자를 통한 수익률 추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하이일드 펀드나 공모주 펀드는 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며 공모주 투자를 통해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구조라 추구하는 수익률이 3~5% 정도”라면서 “코벤펀드는 편입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에 투자하다 보니 코스닥 시장 상황에 펀드 수익률이 영향을 받는 등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커서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